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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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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816) 명화집장(明火執仗)

- 불을 밝혀 들고 손에 무기를 잡고 도적질한다

  • 기사입력 : 2020-02-18 07:5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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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래 도둑들은 도둑질을 밤에 남 모르게 했다. 도둑이란 것이 흉년이 들어 먹을 것이 없을 때 마지못해 남의 것을 훔치는 정도였다. 후대에 와서는 점점 더 간이 커지고 뻔뻔해져서 밤에 몰래 하지 않고 공공연히 했다.

    조선 후기에 와서는 도적들이 떼를 지어 다니면서 한 손에는 횃불을, 한 손에는 무기를 들고 마을을 습격하여 재물을 약탈해 갔다. 이들을 화적(火賊)이라고 했는데, 화적은 ‘명화적(明火賊)’의 줄임말이다. ‘불을 밝힌 도적’이란 뜻이다. 다른 말로 ‘불한당(不汗黨)’이라고 하는데, ‘불을 켠 무리’라는 뜻이다. ‘불을 켜다’ 할 때 ‘켜다’를 옛날에는 ‘혀다’라고 했다. 원래 ‘불현당’이었다. ‘불을 켠 무리’라는 뜻이다. 이것이 잘못 불한당이 되었고, 한자로 옮기면서 ‘불한당(不汗黨)’으로 표기하였다. 불한당을 다시 한자식으로 ‘땀을 흘리지 않고 먹고 사는 무리’로 해석하여, ‘힘 안 들이고 남의 것 빼앗아 먹는 사람’을 나타내게 되었다.

    지금 청와대 비서들은 대부분 대학 다닐 때 학생간부들로서 군사독재에 맞서 싸운 공이 상당히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자주 쓰는 말은 민주, 정의, 개혁, 공정, 자유, 통일 등이다. 마치 정의의 화신이고, 민주투사인 것 같다.

    그런데 의외로 이들은 여러 가지 범죄에 연루되어 있다. 울산시장 선거 부정 개입, 유재수 무마사건 개입, 조국 부정사건 등이다. 자신들이 법을 어기고 파괴하고, 법 위에서 군림한다. 그러면서도 잘못된 줄을 모른다.

    이들이 왜 이럴까? 원래부터 그랬다. 80년대 중반 이후 대학마다 거의 매일 시위가 있었다. 총학생회장 등 학생 간부들은 시위를 핑계로 아예 강의를 듣지 않았다.

    학기말이 되면 학생회 간부 몇 명이 교수들을 찾아다니며 성적을 요구한다. 적당하게 성적을 주는 교수도 있지만, 원칙을 지키는 교수들은 안 준다.

    학생회 간부들은 “성적 주십시오” 하고, 담당교수가 “강의를 안 들었는데, 어떻게 성적을 주나?”라고 하면, “민주화하는 데 공헌을 했지 않습니까?”라고 자기 입장을 합리화한다. 그러면 상당수 교수들은 과제물을 내주고 외상으로 점수를 준다.

    깐깐한 교수는 끝까지 안 준다. 학생간부들이 졸업을 못 했을까? 학생처장에게 성적 해결해 내라고 협박을 한다. 학생처장은 방학 중에 급히 계절학기 과목을 개설해서 학교 돈 들여 일반 학생들을 끌어넣어 반을 만들어 성적을 다 준다.

    학생간부들이 강의 안 듣고 점수 따 가니, 그 수법이 불한당과 다를 바 없다. 졸업 후 민주화의 전력을 앞세워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장관에 발탁된다. 지금 청와대 비서들이 법을 파괴하는 것이 하루아침에 된 습관이 아니고, 그 유래가 오래되었다.

    * 明 : 밝을 명. * 火 : 불 화.

    * 執 : 잡을 집. * 仗 : 무기 장.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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