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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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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토박이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125) - 치다 없애다 세우다 잃다 오그라지다, 끊다, 묵다, 거칠다, 고을, 옮기다

  • 기사입력 : 2020-02-18 07:5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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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은 4284해(1951년) 펴낸 ‘우리나라의 발달 6-1’의 77과 78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77쪽 첫째 줄에 ‘쳐 없애 버렸다’가 나옵니다. 이는 지난 글과 이어지는 것으로 앞에 ‘후백제’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후백제를 쳐 없애 버렸다’가 되는 것이지요. 다른 책이나 풀이를 보면 ‘후백제를 공격하여 멸망시켰다’와 같이 나타내기도 하는데 여기 나온 ‘치다’와 ‘없애다’라는 토박이말로 참 알기 쉽게 풀이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어서 둘째 줄까지 걸쳐 나오는 ‘나라를 세운지’도 앞서 말씀 드린 적이 있는데 ‘건국한 지’라고 하지 않고 쉽게 풀이를 해 주고 있어 참 좋습니다.

    넷째 줄에 있는 ‘옛 신라의 터를 다 차지하였으며’도 ‘영토’나 ‘소유’와 같은 말을 쓰지 않고도 알기 쉽게 풀이를 한 것으로 보고 싶습니다. 여섯째 줄에 있는 ‘들어왔으므로’도 어려운 말을 쓰려고 했다면 ‘유입되었으므로’와 같이 쓸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여섯째 줄과 일곱째 줄에 걸쳐서 나오는 ‘만주의 넓은 땅을 잃고 반도 안에 오그러졌으나’도 쉽게 풀이를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끝에 있는 ‘오그러졌으나’는 요즘에 쓰는 말로 하면 ‘오그라졌으나’가 될 것입니다.

    열한째 줄에 있는 “고구려의 옛 터를 다시 찾으려 하였다.”도 아이들에게 쉬운 말을 골라 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책이나 풀이를 보면 ‘수복하다’와 같은 어려운 말을 쓰는 것을 요즘에도 자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열셋째 줄에 있는 ‘국교를 끊었다’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책에서는 ‘국교를 단절하였다’와 같은 말을 쓰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열셋째 줄과 열넷째 줄에 걸쳐 나오는 ‘한때 묵어 거칠어진 평양성’에서 ‘한때’, ‘묵어’, ‘거칠어진’이 다 쉬운 토박이말로 되어 있어 반가웠습니다. ‘장기간 사용하지 않아 파손된 평양성’을 이렇게 토박이말을 써서 풀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미처 생각할 수도 없는 이런 풀이를 볼 수 있다는 것이 고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열다섯째 줄과 열여섯째 줄에 걸쳐 나오는 ‘여러 고을의 백성들을 서경으로 옮기였다’도 쉬운 풀이입니다. ‘고을’이라는 토박이말도 반갑고 ‘이주시켰다’라고 하지 않고 ‘옮기였다’고 한 것도 좋았습니다. 이 ‘옮기였다’는 요즘에 쓰는 말로 바꾸면 ‘옮겼다’가 될 것입니다.

    78쪽 땅그림 안에 있는 ‘고려의 벋어남’은 지난 글에서도 보았지만 다른 책이나 풀이에서는 ‘고려의 영토 확장’이라고 풀이할 것을 이렇게 토박이말을 써서 거듭 좋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옛날 배움책을 보면서 갖게 되는 바람들이 참 많습니다. 여기서 캐낸 쉬운 낱말과 쉬운 풀이를 하나도 빠짐없이 모아서 요즘 배움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보고 배울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글을 쓸 때마다 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어려운 말로 되어 있는 요즘 배움책을 쉽게 만들어 주자는 자리느낌(분위기)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힘과 슬기를 모은다면 그런 날이 더 얼른 올 거라 믿습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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