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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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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다리 쑥국- 옥영숙

  • 기사입력 : 2020-02-20 07:5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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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처럼 꽃구경 남해도 찾아가니

    기갈 센 파도자락 대교 밑을 지나가고

    초록빛 물건리 방풍림 물고기 떼 불러 온다

    광부로 간호사로 불 꺼진 시간에도

    온갖 고생 끌어안고 눈물겨워 말 못 한

    뜨거운 꽃그늘 품은 독일마을 붉은 지붕

    추억을 되새김질해 돌판에 새긴 이름

    열어둔 창문으로 숨죽여 들여다보면

    봄 한철 도다리쑥국이 하얀 등을 보인다


    ☞ 찻집에서 차 한 잔 시켜놓고 문득 창밖을 바라봅니다. 키 작은 매화나무 한 그루가 환한 꽃으로 봄에게 손하트를 보내고 있습니다. 매화나무 발등 주위에는 아직은 듬성듬성 어린 풀이 돋아 있습니다. 시를 읽으며 저 풀들이 그냥 쑥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입천장까지 가득히 번져가는 ‘도다리 쑥국’의 주제는 환하지만 기갈 센 파도 같은 행간은 결코 환하지만 않습니다. 노동의 고통을 이겨낸 광부와 간호사의 봄날이 눈물겨워 담담하기만 합니다. 남해도 물건리 독일마을 붉은 지붕을 마주한 쌉싸름한 봄입니다. 그의 숟가락질에 의해 하얀 배를 등처럼 보이는 도다리는 죽음을 암시합니다. 바람에 날려 바다에 떨어진 꽃잎들은 포말에 떠밀려 왔다 가는 도다리를 위한 꽃상여로 상상해도 좋을 듯하지 않을까요? 아니면 무엇이 시인의 감성으로 그의 죽음을 숨죽여 들여다보게 했을까요? 시인과 독자의 무한 상상력은 봄을 더욱 파릇파릇하게 할 것입니다. 임성구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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