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7월 07일 (화)
전체메뉴

[가고파] 상반된 기억의 전쟁- 정오복(선임기자)

  • 기사입력 : 2020-02-23 20:47:07
  •   
  • 사흘 뒤면 한국 현대사의 그늘 속에 묻어두었던 불편한 기억들과 마주한다. 이날 개봉하는 이길보라 감독의 ‘기억의 전쟁’은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 민간인 학살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이 감독은 지난 17일 시사회에서 “(돌아가신) 할아버지는 월남 참전 군인이셨던 것을 자랑스러워 하셨다”면서 “이 영화에서 어떤 주체가 선이고, 어떤 주체가 악이라는 걸 말하려는 게 아니었다. 참전 군인들을 이해하는 과정이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1964년부터 1973년까지 총 32만5000여명을 베트남전에 파병했다. 이 기간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은 80여개 마을에서 9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다른 기억을 가진 이들의 반발도 만만찮다. “100명의 베트콩을 놓치더라도 1명의 양민을 보호하려고 했다. 당시 학살사건은 북한군이 우리 군복을 입고 저지른 것으로 이미 판명 났다”는 주장을 한다.

    ▼2015년 4월, 베트남 학살 피해 할머니 두 분이 국내의 일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찾았다. 이때 이옥선 할머니는 “(일본 정부가) 우리가 다 죽길 기다리고 있지만, 그러면 이 문제(일본정부 사과)는 영원히 해결되지 않습니다. (한국-베트남) 피해자들이 모두 다 힘을 합해서 싸워봅시다”라고 결의했다. 이날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일본의 과거 잘못을 사죄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한국이 베트남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을 인정하고 사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해자의 진정한 사죄와 용서, 그리고 치유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피해자가 가해자의 진정한 사죄 요구를 포기하는 순간, 진실은 사라지고 역사 왜곡은 시작된다. 가해자의 지연술에 지치다 보면 당장의 이익에 유혹 받기 쉽다. 또한 어설픈 화해· 타협과 헛된 명분을 바꾸려고도 한다. “과거 역사에 대해 오늘 우리가 내리는 결정은 미래세대가 쓸 역사의 첫 장이 된다”는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의 충고가 뼈를 때린다.

    정오복(선임기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정오복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