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1일 (일)
전체메뉴

■ 노로 바이러스… 추울 때 더 설치는 겨울 불청객

영하 20도에서도 활동… 전파 쉬워 집단감염 잦아
100℃ 열로 1분 이상 가열해야 바이러스 소멸

  • 기사입력 : 2020-02-24 07:50:29
  •   

  • 매년 겨울철, 생굴이 출하되는 시기가 되면 내과 병원에는 노로 바이러스(Noro virus) 감염으로 인한 식중독 증세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로 북적인다.

    노로 바이러스는 비세균성 급성 위장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한 종류로, 노웍 바이러스(Norwalk virus)가 표준형이고, 미국 오하이오주 노웍(Norwalk)에서 발생한 급성위장염 환자의 대변에서 처음 발견됐다. 학교 단체 급식이나 병원, 군대 등 폐쇄 집단 내에서의 집단 감염이 잦으며, 전 세계적으로 발병이 보고된다. 한국의 식중독 통계를 보면, 원인이 밝혀진 것 중엔 노로 바이러스 식중독이 제일 많다.

    노로 바이러스 감염은 혈액형에 따라 감염성의 차이를 보인다. O형이 가장 감염에 취약하며, B형이 가장 강하다. 노로 바이러스는 소장 세포를 감염시키기 위해 소장 세포 표면의 당 단백질을 인식하는데, 이 당 단백질은 혈액형을 결정짓는 적혈구 세포막의 당 단백질과 같은 효소의 작용으로 형성되기 때문에 혈액형에 따라 구조가 다르다. 하지만 혈액형에 따라 감염성에 대한 감수성의 차이가 있다고 해서 증상까지 다른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식중독이 세균성 식중독인 것과 달리, 노로 바이러스로 인한 식중독은 바이러스로 인한 것이라서 음식의 신선도 문제가 아니다. 가령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철에는 세균성 식중독의 발병 확률이 떨어지는 것과는 달리, 이 노로 바이러스는 겨울철에도 여전히 발병 확률이 존재한다. 또한 식품에서 자연 배양할 수 있는 세균과는 달리 체외에선 번식을 중단하는 바이러스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원인을 찾기 어렵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보통의 세균들은 더운 여름에 활발하게 번식하고 감염을 일으키지만, 노로 바이러스는 낮은 온도에서 더욱 활발하게 활동한다. 싱싱하고 차가운 생굴을 먹었다가 노로 바이러스로 고생하는 것은 이 특징 때문이다. 또한 노로 바이러스는 냉장고의 냉동실 최저 온도보다 낮은 영하 20도에서조차 활동한다. 바깥 껍질에 지질막(lipid envelope)이 없으므로 에탄올 등 알콜계 살균제는 살균효과가 적고 비누세척도 효과가 떨어진다. 100℃의 열로 1분 이상 가열해야 소멸된다. 85℃의 열로 1분 정도 가열해도 적당히 소멸되나 완전하지는 않고, 70℃로는 5분 이상 가열해야 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회복 후에도 재감염이 가능한데, 이는 면역 기간이 6주~2년 정도이고, 바이러스의 종류도 150종으로 다양하며, 변이 또한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노로 바이러스에 오염된 음식을 먹거나 물을 마시면 평균 24~48시간의 잠복기를 거친 뒤에 갑자기 오심, 구토, 설사의 증상이 발생한 후 48~72시간 동안 지속되다가 빠르게 회복된다. 소아에서는 구토가 흔하고 성인에서는 설사가 흔하게 나타난다. 두통, 발열, 오한 및 근육통과 같은 전반적인 신체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발열이 절반의 환자에서 발생하고, 물처럼 묽은 설사가 하루에 4~8회 정도 발생한다. 하루 이틀 지나면 대부분의 경우, 증상은 완화되나 소아나 면역력이 취약한 노약자는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불현성 감염도 있으며, 일반적으로 증상은 길어도 5일 이내에는 자연적으로 회복된다. 건강한 성인에게는 치명적이지는 않으나, 면역력이 저하되어 있는 노약자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 노로 바이러스는 특별한 약이 없으므로 대개 자연 치유로 회복된다. 증상으로 인해 너무 불편할 경우 지사제나 위장약 등으로 증상을 완화시키거나, 수액으로 탈수를 막는 치료를 한다.

    감염 경로는 주로 대변-경구 감염이다. 환자가 대변으로 배출한 노로 바이러스가 땅 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를 오염시킨다. 오염된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는 경우 대규모 집단 식중독이 일어난다. 오염된 지하수로 식품을 세척하거나 조리하는 경우에도 집단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때문에 식당이나 식품 납품업체는 지하수를 그대로 사용해서는 안 되고, 반드시 끓여 사용해야 한다. 패류는 100℃ 이상에서 1분 이상 완전히 익혀 먹고, 상추·깻잎 등의 생으로 먹는 채소는 신선도를 따지고 꼼꼼히 씻어야 한다. 수돗물에 2분 이상 담갔다가 흐르는 물에 씻거나 식품용 세척제를 사용해서 씻는 것이 좋다.

    노로 바이러스는 사람과 사람 간에도 전파될 수 있고, 바이러스의 수가 100개 이내로 극히 적은 수로도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환자가 만졌던 물건이나 에어로졸에 의한 공기 전염도 가능해서 환자의 가족이 2차적으로 감염되기도 쉽다. 그래서 환자를 간호하는 사람은 반드시 위생장갑과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외출에서 귀가 때도 제일 먼저 손을 씻고, 화장실 변기, 싱크대는 물론 출입문 손잡이도 락스와 같은 염소 소독제로 소독한다. 식당 종사자가 구토, 설사 등의 위장관염 증상이 있을 경우, 음식을 만들거나 서브하지 말아야 한다. 노로 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되는 식당 종사자의 경우 증상이 사라지더라도 48~72시간 경과 후 업무에 복귀하는 것이 안전하다.

    여름철에는 세균성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음식이 상하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하지만, 겨울철에도 각 개인과 단체는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고, 안전한 물과 잘 익힌 음식을 음용해야 노로 바이러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정오복 선임기자·도움말= 희연병원 내과 전문의 김근숙 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정오복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