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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충(忠)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 황채석(창원지법 마산지원 민사조정위원)

  • 기사입력 : 2020-02-24 20: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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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이 계절의 여왕이라면 2월은 그 봄을 잉태하는 달이다. 시샘하듯 불어대는 차가운 바람과 꽃샘추위에 몸은 한껏 움츠러들지만 이미 봄은 우리 곁에 와 있다. 절기상 입춘과 우수가 지났으니 이젠 분명 봄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요즘 우리는 봄을 맞이하는 느긋하고 화창한 마음 대신 겨울보다 더 춥고 무거운 마음이 계속되고 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의 팬데믹, 즉 세계적 대유행병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극도로 움츠러들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전국적으로 감염이 확산되어 정부의 위기 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이런 가운데 다른 한편으로는 50여일 앞으로 다가 온 4월 총선으로 정가가 어수선하다. 여야 정당들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 표심을 잡으려고 상대를 비방하는 등의 정치행보로 사회가 더욱 혼란스런 느낌이다. 그들의 한결같은 주장은 국민을 위하고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외치고 있다.

    오래전에 누적 관람객이 1700만을 돌파하여 우리나라 영화 관람객 역대 1위를 나타내고 있는 우리 영화 ‘명량’이 생각난다. ‘명량’은 오천년 우리 역사상에서 오직 한 분에게 주어진 ‘성웅’이라는 호칭을 붙인 이순신 장군에 관한 영화이다. 당시의 조선과 이순신이 처한 상황은 그야말로 풍전등화, 바람 앞의 등불이었다. 이순신은 파죽지세로 밀고 닥쳐오는 왜군의 공격 앞에 속수무책, 나라를 지킬 그 어떤 힘도 남아 있질 않았다. 남아 있는 열두 척의 배를 포기하고 육군에 합류하라는 명령 앞에 이순신은 “바다를 버리는 것은 조선을 버리는 것입니다” 라고 하면서,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사옵니다!” 하는 상소를 임금께 올렸다.

    영화 장면 곳곳에서 마음이 뭉클해지는 명대사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임금과 조정의 대신들이 이순신 장군을 믿지 않고 파직과 목숨까지 빼앗으려 하는 상황 속에서도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는 법이지.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忠)을 좇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말이 참 무겁게 마음에 와 닿았다. 오늘 이 땅의 지도자들이 뼛속 깊이 새겨야 할 마음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영화 말미에서 만난 대사가 선명하게 마음에 남는다. “어떻게 회오리 바다를 전투에 이용할 생각을 했냐?”고 아들이 묻자 이순신은 “천행은 회오리 바다가 아닌, 백성이었다”고 대답했다. 백성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 백성의 힘을 충분히 신뢰한 참된 지도자가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역사 속에 새겨진 이름은 거저 새겨진 것이 아니다. 온 국민이 성웅으로 모시는 그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돼 15년간 지켜온 공소장 국회 제출을 ‘비정상’으로 치부하며 “국민은 늦게 알아도 된다”고 말한 법무부 장관이나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서 “국민은 몰라도 된다”고 말한 어느 정당 대표, 그들은 이순신 장군이 말한 “충은 백성을 향하여야 한다”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사뭇 궁금해진다.

    우리는 지난 과거의 역사를 통하여 국가의 흥망성쇠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네편 내편 가리고 당리당략으로 국민을 속이고 이기려는 시도는 진정 국가와 국민을 위한 지도자나 위정자들이 해야 할 일은 아니다. 내일의 실망은 오늘의 유감보다 나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이제 우리 지도자들도 구태에서 벗어나 이순신 장군이 나라를 위하고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을 거울삼아 변화된 모습을 보여 줘야 국민의 마음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민주화가 된 오늘날의 국민의 마음은 바로 투표로 표출될 것이다. 투표로 말한 그 뜻이 현재 우리 사회를 끌어가는 동력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다가오는 총선에서는 한눈을 팔지 말고 우리 목표를 나라에 두어야 한다. 명량해협의 회오리가 눈에 선하다.

    황채석(창원지법 마산지원 민사조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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