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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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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일상의 회복을 위하여- 오경조(원불교 신창원교당 주임교무)

  • 기사입력 : 2020-03-02 20:4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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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영화감독이 상투적인 결말을 보여주는 어떤 영화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참 뻔한데 그래서 좋아.’ 예전 같으면 상투적인 것이라는 대목에서 고개를 저었겠지만 요즘처럼 상투적인 것들로 가득하던 날들이 그립고 아쉬울 때는 그런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더욱 깊게 자리한다.

    박노해 시인은 ‘세상은 늘 혼돈의 세계고, 시대는 늘 위기의 시대고, 인생은 늘 길 잃은 생이고, 혼돈 속에서 새로운 혁명이 꿈틀거리고, 위기 가운데 결정적 한걸음이 전율 치듯 열리고, 길 찾는 사람의 간절한 발걸음이 새길을 여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사회적인 재난 때마다 환난상휼을 실천했던 DNA가 있다. 대학 시절 충남 태안 앞바다에 유조선과 바지선이 충돌해 기름이 바다를 뒤덮었다. 연일 뉴스에 비친 새까만 바다가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우리는 태안으로 향했다. 겨울바람을 맞으며 돌과 모래를 흡착포로 일일이 닦은 자원봉사자 123만명이 기적을 만들었다. 바다가 제 빛깔을 되찾았다. 이렇게 위기와 혼돈은 있었고, 또 언제나처럼 간절한 발걸음을 옮겨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뤘다.

    우리에겐 힘이 되는 말이 있다. ‘위기는 곧 기회다’는 말이 그것이다. 시련은 결코 우리를 쓰러뜨리러 온 것이 아니라 우리를 나아가게 한다.

    한순간 내 곁에 있던 일상이 손아귀에 모래가 빠져나가듯 사라진 오늘. 모두가 지혜와 힘을 모아 또다시 간절한 발걸음으로 일상을 되찾아 보자.

    주로 불가에서 사용하는 단어로 함께 힘을 합쳐서 무언가를 해내는 것을 ‘울력(運力)’이라고 한다. 무언가 마음을 울컥하게 하는 아름다운 단어이다.

    삶은 거대한 울력이다. 나의 일이 당신을 위해서, 당신의 일이 나를 위해서 쓰이고, 나와 당신의 일이 모두를 위해서 쓰이는 것이 삶의 참모습이라고 믿는다.

    지금 이 어려운 상황에 서로를 위해 울력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어려울 때일수록 나보다 우리를 먼저 생각할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비로소 보이지 않을까?

    세상의 소용돌이에 휩쓸리지 않고 나와 당신이 힘을 합쳤을 때 소용돌이는 잠자고 그렇게 바라던 일상은 어느새 우리 곁에 머물 것이다.

    오경조(원불교 신창원교당 주임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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