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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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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토박이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127) - 산판, 바치다, 밝히다, 때, 밟다, 비추어

  • 기사입력 : 2020-03-03 08: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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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은 4284해(1951년) 펴낸 ‘우리나라의 발달 6-1’의 81과 82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81쪽 첫째 줄에 ‘산판을 나누어 주어서’라는 말이 나옵니다. 여기서 뒤에 있는 ‘나누어 주어서’는 요즘도 많이 쓰는 말이고 또 토박이말이라 반가웠는데 앞에 있는 ‘산판’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산판’이라는 말은 요즘 사람들에게는 낯선 말이겠지만 같은 뜻을 가진 토박이말이 있다는 것을 아는 저로서는 더욱 그랬습니다.

    ‘산판’과 비슷한말로 ‘멧갓’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나무를 함부로 베지 못하게 가꾸는 메(산)’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옛날에도 아무나 함부로 나무를 벨 수 없는 그런 메(산)가 있었다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그것을 나라에서 나누어 주어 가꾸면서 먹고살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산판’도 모르고 ‘멧갓’도 모르면 쉽게 알 수 없는 풀이가 되고 마는 것입니다. ‘산판’ 말고 ‘멧갓’이라는 말을 써서 풀어 주었더라면 그 뒤에 나오는 토박이말 ‘살림’과 잘 이어져 참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둘째 줄부터 다섯째 줄에 걸쳐서 “이렇게 받은 토지는 받은 사람이 죽은 뒤에는 다시 나라에 바치기로 하여, 한 사람이 많은 땅을 아울러 가지지 못하게 하였다.”는 월이 나옵니다. 이 월은 ‘토지’라는 말 말고는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어서 더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월에 나오는 것을 보며 이렇게 일찍부터 한 사람이 많은 땅을 아울러 가지지 못하게 하는 수를 잘 알고 썼다는 것이 참으로 놀라웠습니다. 즈믄 해가 지난 오늘날도 풀거리(문제)로 남아 있는 이것을 풀 수 가운데 하나로 다듬어 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열둘째 줄부터 나오는 ‘의창’과 아랑곳한 풀이도 참 좋은 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만 ‘저축’ ‘이자’라는 말을 제가 알고 있는 토박이말로 갈음해 썼더라면 그 뒤에 나오는 ‘꾸어 주었다가 가을에 도로 받고’와 앞에 있는 ‘빚’과 잘 어울려서 더 좋았겠다 싶었습니다. ‘저축하다’를 갈음할 수 있는 ‘여투다’와 ‘이자’를 갈음할 수 있는 ‘길미’라는 말이 있기 때문입니다.

    열다섯째 줄과 열여섯째 줄에 걸쳐 있는 ‘아름다운 행실’이라는 말이 낯설면서 좋았습니다. 요즘에도 그야말로 ‘표창’을 받는 사람은 ‘품행이 방정하고 타의 모범이 되는 사람’에게 주는데 말과 몸짓이 ‘아름다운’ 사람에게 준다고 했으니 말입니다.

    82쪽 첫째 줄에 나오는 ‘마련되었다’를 비롯해서 둘째 줄에 있는 ‘익힘’, 다섯째 줄에 있는 ‘밝혀라’와 같은 토박이말이 이어서 나와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여덟째 줄과 열한째 줄에 있는 ‘때’는 요즘 배움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서 더 좋았고 열째 줄에 나오는 ‘어떤 길을 밟아야 하는가?’도 참 쉬운 풀이라서 반가웠습니다.

    열둘째 줄에 있는 ‘까닭은 어디에 있는가?’과 마지막 줄에 있는 ‘비추어 보아라’에 제가 밑금을 그은 까닭은 따로 말씀을 드리지 않아도 아실 거라 믿습니다. 이제 옛날 배움책에서 쓴 쉬운 낱말이나 풀이를 보고 배우자는 말을 되풀이하지 않겠습니다. 그런 배움책을 만드는 날까지 제가 갈 길을 가다 보면 힘과 슬기를 보태주실 분들이 생길 거라 믿기 때문입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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