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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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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젊꼰’- 차상호(사회부 차장)

  • 기사입력 : 2020-03-04 20:2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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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끗 차이’라고 할 때 ‘끗’의 사전적 의미는 투전이나 골패, 화투 따위 노름에서, 가지고 있는 두 장 혹은 세 장의 패를 합하여 10 미만의 수, 혹은 10이나 20을 채우고 남는 수를 나타내는 말이다. ‘끗발 있다’ 할 때 ‘끗발’도 여기서 나온 말이다. 노름 얘기를 하려던 게 아니라 ‘멘토(mentor)’와 꼰대도 한 끗 차이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였다.

    ▼멘토의 어원은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Odyssey)’에서 유래된 말이다. 오디세우스가 트로이와의 전쟁에 참가하면서 어린 아들 텔레마코스와 아내 페넬로페 그리고 집안일을 맡긴 이가 바로 ‘멘토’라는 사람이다. 그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고 해서 멘토는 충실한 조언자 혹은 어른의 의미로 쓰였고 멘토링, 멘토-멘티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꼰대’는 주로 선생님 그것도 남자 선생님을 칭하던 은어였으나 아버지를 비롯해 나이 많은 사람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

    ▼지금은 더 바뀌어서 젊꼰(젊은 꼰대)을 지적하는 이들도 많다. 꼰대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직장으로 치면 사원들이 관리자들을 꼰대라고 칭했다면, 지금은 사원 무리에서도 상급자는 곧장 꼰대가 되는 세상이 됐다. 꼰대가 주로 쓰는 말은 무얼까? ‘나 때는 말이야’나 ‘내가 해봐서 아는데’ 정도 될까. ‘나 때는 말이야’를 요즘엔 ‘라떼는 말이야’라고 쓰곤 한다. 이른바 꼰대라고 분류되는 이들이 스스로를 희화화한 게 아닐까.

    ▼그렇다면 멘토와 꼰대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엄청 큰 차이가 있을까? 아니다. 한 끗 차이다. 바로 수용성이다. 받아들이는 사람이 꼰대라 느끼면 꼰대, 멘토라 느끼면 멘토다. 꼰대로 지칭되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살아왔고 나름의 경험을 토대로 조언해주는 것이겠으나 받아들이는 사람에겐 고역일 수 있고 그때가 바로 꼰대가 되는 순간이다. 우리는 멘토를 원하면서도 꼰대는 싫어하는, 어쩌면 존재하지 않는 것을 바라고 있진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상 젊꼰이 아닐까 고민되지만 억울하기도 하고 ‘꼰’보다는 ‘젊’에 방점을 찍고 싶은 자신의 하소연이다.

    차상호(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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