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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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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자체 감독 소홀로 개설된 ‘사무장병원’

  • 기사입력 : 2020-03-05 20: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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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나 의료법인 명의를 빌려 운영하는 일명 ‘사무장병원’이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는 비리의 온상이라는 지적에 따라 그동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단속과 감독을 해왔다. 그런데 감사원이 김해시 소재 8개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사무장병원을 감사한 결과, 2개 의료법인이 운영하는 병원 4곳을 적발했다고 어제 감사결과를 공개했다. 이들 4개 요양병원이 부당하게 편취한 건강보험과 의료급여는 807억원에 달한다. 이번에 적발된 병원은 사무장병원 단속을 피하기 위해 기존 의사를 고용하여 명의를 빌려 병원을 개설하는 방식이 아니라 불법으로 비영리법인을 설립한 후 병원을 개설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그러나 감사원은 이들 2개 비영리법인의 설립·허가 과정에서 경남도가 지도·감독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A법인은 의결정족수에 미달한 채 개정한 정관을 승인해줬고, B법인은 자금조달서가 없는데도 허가를 해줬기 때문이다. 이들 법인대표와 보건당국의 유착을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감사원이 이들 법인과 대표 2명에 대해 의료법 위반과 사기 혐의 등으로 경남지방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한 것도 관계공무원에 대해서도 수사를 하라는 뜻으로 보인다. 특히 수사결과에 따라 병원 개설을 취소하고 환수 시효가 지나지 않은 건강보험료 635억원과 의료급여비 53억원을 환수조치하도록 한 것은 강력한 처벌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사무장병원은 건강보험 재정을 축내는 차원을 넘어 영리추구에만 몰두해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결코 가벼이 다룰 수 없는 범죄다. 도와 시군에서 단속을 한다고는 하지만 사무장병원 개설과 폐쇄가 반복되고, 이번 감사결과와 같이 아직도 사무장병원이 적발된다는 것은 의사와 사무장의 공생관계를 넘어 보건당국과의 유착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적발이 돼도 부당이득 환수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처벌도 미미했다. 이번 감사는 김해지역만 한 것이다. 타 시군에서도 불법으로 설립된 비영리법인 사무장병원이 있을 수 있다. 경남도는 지도·감독이 미흡했다는 지적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사무장병원을 뿌리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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