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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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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행님! 행운목에 꽃이 폈어예!- 엄정(김해시의원)

  • 기사입력 : 2020-03-05 20: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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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남동생이 없지만 친동생처럼 지내는 남자 동생이 제법 있는 복 많은 사람이다.

    나는 기초지방자치단체 선출직 공무원이다. 지금은 재선 2년차 지방의원이지만 약 6년 전 이맘때 멋모르고 출마한 시의원 선거에서 가장 큰 도움을 준 내 동생 석이는 언제나 나의 영원한 우군이다. 생각만 해도 입꼬리가 올라가고 힘이 솟는다. 약 2년 전 이맘때 시의원 재선을 위해 한창 분주했던 그날! 아침 일찍부터 내 동생 석이의 전화벨이 울렸다. 다급하고 다소 흥분된 목소리였다. 놀랐다. 나는 내심 뭔 큰일이라도 일어났나? 하는 은근 걱정되는 마음에 덜컥 겁이 났다.

    그런 나의 마음도 잠시, 이내 석이가 ‘행님 행운목꽃이 폈어예’ 한다. 영문을 몰라 엉거주춤 엉~하는데 재차 ‘행님 제 집에 있는 행운목에 꽃이 폈어예. 꽃집에 알아보니 잘 안 핀다 카던데 4년 만에 우리집에 꽃이 폈어예! 행님, 기억이 나실는지는 모르겠지만 4년 전 행님 선거사무소 개소식 때 받은 축하 화분입니더. 그걸 제가 가져와서 여태 키우고 있었다 아입니꺼!’ 하면서 이내 ‘행님 무조건 될낍니더’ 했다.

    ‘그때 받은 잘 안핀다 카는 행운목 꽃이 지금 딱 피는 이유는 말 안 해도 딱 알겠지예? 이것은 고마 행님께 큰 행운을 가져다 줄 좋은 징조 아이겠심미꺼?’ 내 동생 석이가 진심으로 너무 기쁘고 급한 마음에 새벽 댓바람에 그 마음을 전하고자 전화를 했던 것이다. ‘그래 진짜로 고맙데이~ 석아!’ 했고 나는 생각했다. ‘진짜 그 행운은 그런 마음을 가진 내 동생 석이다’라고. 나의 입꼬리는 절로 하늘을 향했다.

    당시 얼마 남지 않은 선거운동 기간 또 하나의 에너지원이 생겼다. 힘들 때마다 이 반짝반짝 빛나는 내 마음속의 보석을 꺼내 나 스스로를 위로했던 것 같다. 그날도 그 보석을 보란 듯이 꺼내 썼고 그 뒤도 사라지지 않는 영원한 그 보석을 몇 번을 더 꺼내 썼는지 셈이 되지 않는다. 그런 석이의 마음들이 모여 부족한 내가 그 어렵다는 선거에서 당선됐다. 그 고마운 마음들에 대한 빚은 흔들리지 않는 시민에 대한 사랑으로 갚으려 한다. 나는 그런 보석을 제법 많이 가진 진짜 행복한 사람이다.

    엄정(김해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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