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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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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공천 '0'…여성에게 정치판은 여전히 유리천장

[기획] 세계여성의 날 앞두고 본 2020 총선
민주당 확정 15곳 중 한명도 없어
통합당 예비후보 5명 공천 미지수

  • 기사입력 : 2020-03-05 20:5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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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는 8일은 112회째 맞는 세계여성의 날이다. 112년 전 미국에서 여성의 노동환경 개선과 참정권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를 펼친 날을 기념한 날이다.

    오늘날 여성들이 시민으로서 사회 각 분야에서 차별받지 않고 인권과 안전을 보장받으며 살 수 있도록 하자는데 한목소리를 내고 우리 사회가 양성평등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되짚어보는 날이기도 하다.

    과거에 비해 나아졌지만 각 분야에서 여성의 권익 향상이 필요하고 유리천장은 존재한다. 특히 여성의 정치세력화는 더디다.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가 얼마나 이뤄질 수 있을지 전망하고 여성정치세력화를 위한 지역에서의 움직임을 전한다.

    지난 4일 창원시 의창구 여성의당 경남도당 임시사무실에서 이경옥(가운데) 대표와 도당 관계자들이 도당 등록증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성승건 기자/
    지난 4일 창원시 의창구 여성의당 경남도당 임시사무실에서 이경옥(가운데) 대표와 도당 관계자들이 도당 등록증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성승건 기자/

    ◇2020 총선서 여성의원 얼마나 나올까= 각 정당이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 나설 지역구 후보를 속속 확정하고 있지만 여성 후보 비율은 전국 16~18%, 경남 0%로 미미하다. 5일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에 따르면 4일 기준 전국 253개 선거구 중 양 당의 후보가 모두 결정된 45개 선거구 후보 가운데 여성 후보는 민주당 8명, 통합당 7명으로 각각 15.5%, 17.7%에 불과하다.

    민주당은 경남지역 16개 선거구 중 김해을을 제외한 15개 선거구 후보를 확정했는데 여성 후보를 내세운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공천 후보 발표를 앞둔 통합당도 상황은 비슷하다. 16개 선거구에 나선 예비후보 가운데 여성 후보는 창원성산, 진해, 사천·남해·하동, 산청·함양·거창·합천 등에서 5명이 나왔지만 실제 당 후보로 공천을 받을 지는 미지수다.

    각 정당들이 여성 등 정치신인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며 기회를 제공하고 정치와 국회에 새바람을 불어넣겠다고 공언했던 것과는 다소 상반된 결과다.

    역대 여성 국회의원 수는 꾸준히 증가해 왔지만 선진국 수준에는 못 미친다. 2000년 16대 국회 16명(지역구 당선 5명)으로 전체 국회의원 중 5.9%에 불과했지만 2004년 17대 국회에서는 13%인 39명(10명)으로 증가했고, 2008년 18대 국회에서는 13.7%인 41명(14명), 2012년 19대 국회에서 15.7%인 47명(19명)으로 늘어났다. 20대 국회에는 17%인 51명(26명)의 여성의원이 있지만 그나마 절반은 여성할당제에 따른 비례대표이다.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에서 23명, 광주·전북·경북에서 각각 1명씩 지역구 당선자를 배출했지만 경남을 비롯한 12개 광역시·도에서는 여성 당선자가 없었다.

    20대 국회 여성의원 비율은 OECD 회원국 평균인 28.5%, 국제의원연맹(IPU) 평균 22.7%에 비해 많이 떨어지는 수준이다.

    여성 의원 수 증가는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해 여성할당을 의무화한 법적 제도 덕분이지만 개선이 필요하다.


    2000년부터 공직선거법상 비례대표선거 후보 50%를 여성으로, 순위 홀수에 추천토록 의무화했고 2010년부터는 지방선거에서 국회의원지역구마다 1인 이상의 여성 후보를 추천토록 했다. 정치자금법상 국회의원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지역구 여성후보를 추천할 경우 여성추천보조금을 차등 지급토록 돼 있다.

    하지만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비례대표의원 비율이 낮고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여성할당 의무조항 없이 30% 권고조항만 두고 있어 한계가 있다.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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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7일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한 카페에서 열린 여성의당 경남도당 창당대회에서 공동대표에 선출된 이경옥 창원여성살림공동체 대표 등 참석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전강용 기자/

    ◇경남 여성의 정치참여와 여성의당 도당 창당= 그동안 경남 여성계는 각종 선거 때마다 정당과 후보 등에 여성정책 공약 수립을 요구하고 협약, 지지선언 등을 통해 여성의 정치세력화에 노력했지만 남성 중심 정치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조직력과 자금력 등에서 우세한 남성 중심의 정치를 바꾸고 여성 정치인을 발굴·육성하고 여성을 위한 입법·정책을 펼 정치풍토를 만들자는 염원이 모여 여성의당(가칭) 창당에 이르렀다.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처음 도입되면서 군소정당이 국회에 진출할 수 있는 문턱이 낮아진 영향도 있다.

    ‘남성 중심의 정치와 여성에 대한 모든 차별과 폭력, 불평등에 반대한다’는 기치를 내세운 여성의당은 2월 1일 창당 논의를 시작해 14일 발기인대회 후 서울·인천·경기·경남·부산 등 5개 지역에 시·도당을 창당하고 오는 8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 예정이다.

    여성의당 경남도당은 지난 2월 20일 창당 발기인대회를 개최한 데 이어 27일 창당대회를 열고 28일 정당 등록을 마쳤다.

    이경옥 여성의당 경남도당 대표는 수년간 지역에서 기존 정당들과 여성 정치세력화를 위해 협업했으나 선거 후까지 협업이 이어지지 않았다고 한계를 지적한 후 여성이 정치에 참여할 새로운 판을 짜기 위해 창당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경옥 대표는 “기존 정당 사이에 끼어들기식으로 정치 참여하는 것에 한계를 느꼈다”며 “10여년 전부터 지역에서 여성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은 많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던 중 서울에서 열린 여성의당 워크숍에 참여했고 창당을 위한 5개 광역시·당을 만들기 위해 경남도당 개설 고민이 본격 시작됐다.

    중앙당과 도당 창당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것은 10~20대 젊은 여성운동가들의 참여였다. 경남도당 구성원 중 10대 12%, 20대 48%로 1020세대가 전체의 60%에 달하고 30대 9%, 40대 12%, 50대 15% 등이다. 현재까지 등록한 도당 당원은 1200명가량으로 창원, 김해, 양산, 거제, 진주, 산청, 거창 등 도내 각 시·군에서 고르게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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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창원시 의창구 여성의당 경남도당 임시사무실에서 이경옥 대표가 향후 계획을 밝히고 있다. /성승건 기자/

    이경옥 대표는 “창당 준비를 하면서 지역에 20대 여성 모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기존 여성운동가들과 젊은세대 여성운동가가 소통하면서 함께 활동하자는데 뜻을 모았다”며 “여성의당 도당 판은 올드 페미(기존 여성운동가)가 깔고 그 완성은 영페미(1020 여성운동가)가 했다”고 말했다.

    또 “서울에서도 최근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20대 젊은 페미니스트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지금이 여성의당을 창당하기에 적기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도당에 참여하는 20대 여성운동가들은 여성을 대상으로하는 각종 폭력으로부터의 안전, 차별, 여성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일상적인 위협을 중단하고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당활동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도당 자원활동가인 지안(가명)씨는 “10~20대 여성들은 막말, 폭행, 스토킹, 몰카, 데이트폭력, 임금차별, 노동차별 등 각종 폭력과 차별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절실함으로 나섰다”고 말했다.

    여성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를 낼 계획이며 창당대회 후 바로 정책 수립을 하기 위해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 중이라고 밝혔다.

    많은 여성들이 안전 확보 문제에 절실함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이를 위한 법령 개정 및 제정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하더라도 정당을 지속시키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이경옥 대표는 “보수·진보할 것 없이 남성의 정치이고 여성의제를 거론할 사람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며 “중앙당이 없어지지 않는 한 이번 선거 후 당선자가 없어도 여성의당은 계속 지속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여성의당 창당에 지역 여성계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고 여성의 정치세력화에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윤자 경남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지역에서도 여성의당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계속 나오던 중 여성주의를 표방한 정당이 등장한 것이 반갑다”며 “여성단체들도 정당과 힘을 모아 같이 정책을 만들고 실천해 나갈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3·8 세계여성의 날은= 세계여성의 날은 1908년 3월 8일 미국 여성 노동자들이 모여 열악한 작업환경 속에서 화재로 목숨을 잃은 여성들을 기리고 노동환경 개선과 참정권 보장 등을 요구한 것에서 유래했다. 유엔이 1975년을 세계 여성의 해로 지정하고 1977년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화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20년부터 여성 지식인들이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왔으나 일제강점기 중단됐다가 지난 1985년부터 재개됐다. 2018년 양성평등기본법 개정안이 통과돼 그해 3월 8일부터 여성의 날이 법정기념일로 공식 지정됐다.

    올해 경남에서는 지역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기념식과 성명서 발표 회견, 다양한 문화행사가 예정돼 있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전면 취소됐다.

    김희진 기자 likesky7@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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