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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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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다 때가 있는 법- 오경조(원불교 신창원교당 주임교무)

  • 기사입력 : 2020-03-09 20: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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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랜만에 부모님을 뵈러 갔다. 모처럼 온 딸을 잠시 반기시더니 이내 몹시 분주하시다.

    “엄마! 얼굴 좀 보게 앉아 보세요”라고 했더니 “아이고 지금 그럴 때가 아니야!”라고 하신다. 여지도 없이 단호한 엄마의 답변에 “그럼 지금이 어느 때인데요?”라고 여쭤본다.

    요사이 잦은 비로 봄이 성큼 달려온 뒤인지라 이 계절에 때 놓치면 안 될 일이 많다고 하신다. 부모님은 그 일을 얼른 마치고 딸을 보려고 몸도 마음도 더 바쁘셨던 모양이다.

    엄마 말씀에 ‘때’에 대한 감상이 든다. 농사일도 때가 중요하듯 ‘다 때가 있다’라는 표현을 자주 만나게 된다. 살다 보면 때를 놓치지 않고 해야 하는 일이 그만큼 많이 있고 결정적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내 삶 곳곳에도 그 ‘때’ 타이밍이 좌우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면 물을 마시고 나면 컵을 제때 씻는 일, 우산을 쓰고 나면 우산을 펴서 말리는 일, 사무를 보고 나면 책상을 정리하는 일 등 ‘때’를 놓치거나 미루지 않아야 나중에 더 힘들지 않고 두 번 일이 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 대종사는 급히 밥을 먹으며 자주 말을 하는 제자에게 “사람이 밥 하나 먹고 말 한마디 하는 데에도 공부가 있다. 만일 너무 급히 먹거나 과식을 하면 병이 따라 들기 쉽고, 아니 할 말을 하거나 정도에 벗어난 말을 하면 재앙이 따라붙기 쉬운 것이라, 밥 하나 먹고 말 한마디 하는 것을 작은 일이라 하여 방심할 수 없다. 그래서 공부하는 사람은 무슨 일이든지 공부할 기회로 알고, 그 일 그 일을 잘 처리하는 것을 재미로 아는 것이다”라고 하셨다.

    즉 ‘때’라는 것은 특별한 날, 특별한 일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평범한 일상 속 나의 마음가짐과 몸가짐이 모두 공부할 순간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대접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 모두가 지금 나의 심신작용에 달렸다. 내가 지금 만나는 인연, 만나는 일을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렸다.

    즉 나의 말 한마디 한 행동에 집중하고 주의해야 만나는 인연들과 꽃을 피우고, 그때 그 자리는 비로소 바라는 나, 원하는 내가 서 있을 것이다.

    오경조(원불교 신창원교당 주임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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