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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코로나 블루- 조고운(문화체육부 기자)

  • 기사입력 : 2020-03-09 20: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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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가장 좋아하는 조합은 다음과 같다. 눈, 해산물, 운하, 맥주, 친구. 이 중에서 두 개만 동그라미를 칠 수 있어도 대단한 행운인데 그날은 4개까지 가능했다. 새벽까지 눈에 두 번 동그라미를 칠 만큼 많은 눈이 내렸고 서울의 교통은 마비됐다. 결국 나는 홍대 앞에서 폭설에 고립되는 행운을 맞은 것이다 진짜 인생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예측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다면 그게 진짜 인생이다.’ 소설가 김연수의 산문집 ‘지지 않는다는 말’에 실린 글이다.

    ▼지금 우리에겐 예측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사람을 만나는 일이 공포가 됐고, 집 안에만 갇혀 있거나, 집과 직장만을 오가는 삶들이 늘어나고 있다. 마스크를 찾아 유목민처럼 떠돌고, 비상식량 대량 구매로 마트 생필품 코너가 동이 난다. 시도 때도 없이 이웃에 확진자가 있다는 재난 문자가 울려대고, 그가 지나간 자리엔 두려움과 적막만 깔린다. 전국 확진자 수가 백 단위에서 수천 단위로 넘어섰고, 이제 우리는 그 끝을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코로나19와 우울을 뜻하는 ‘블루’가 합쳐진 말이다. 긴장과 두려움 단절 속에서 사회 전체 우울감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환자와 의료진, 담당 공무원, 자가격리자들은 물론이고 일반 시민들까지 이러한 우울감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다.

    ▼늦은 밤 식탁에 앉아 김연수 작가를 따라 해보기로 한다. 좋아하는 다섯개의 조합으로 꽃, 아이, 낙서, 장범준, 소주 정도가 떠오른다. 아마 내일도 정시퇴근이 가능하리라. 그렇다면 퇴근길 꽃다발을 사서 책상에 올려두고, 아이들과 쪽지를 주고 받아봐야 겠다. 아이들이 잠든 후 장범준 노래를 들으며 소주 한 잔도 괜찮겠지. 내일이 오늘보다 좋으리란 확신이 든다. 긴장된 날들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스스로 소소한 즐거움을 찾는 일이 중요한 때다. 지금이기에 더 좋을 수 있는 것, 바빠서 미뤘던 취미 또는 기부도 좋다. 이 시국에도 당신이 행복하면 좋겠다.

    조고운(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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