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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19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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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819) 역천이행(逆天而行)

- 하늘의 뜻에 거슬러서 행동한다.

  • 기사입력 : 2020-03-10 08: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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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은 혼자의 힘만으로 살 수가 없고, 하늘과 땅의 도움으로 살아간다. 그래서 세상을 이루는 요소를 삼재(三才)라고 하는데, 하늘(天), 땅(地), 사람(人)이다. 하늘과 땅의 관계 속에서 사람이 살아가는 것이다.

    과학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에는 사람들은 하늘을 믿고 숭배했다. 무슨 큰 일이 있으면 반드시 하늘에 빌고 고하였다. 동양에서 황제를 천자(天子)라고 하는 것은, 황제는 곧 ‘하늘의 아들(天子)’이라는 뜻이다. 하늘의 뜻을 받들어 세상을 다스리고, 세상 사람들의 소원을 모아 하늘에 고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명나라 말기에 농민 봉기의 지도자 장헌충(張獻忠)이라는 사람이 지은 ‘칠살비문(七殺碑文)’이라는 글에 보면, “하늘의 뜻을 거슬러서 행동하면, 응당 하늘이 꾸짖는다.(逆天而行應天譴)”이라는 구절이 있다. 하늘의 꾸짖음이란 곧 천재지변(天災地變)이나 사고다.

    그래서 옛날에는 가뭄이 들거나 홍수가 지거나 흉년이 들거나 병충해가 들면, 임금은 목욕재계를 하고 하늘에 빌고, 음식 가지 수를 줄이고, 주색을 멀리하는 등 정성을 다해서 근신했다. 비가 안 오면 기우제(祈雨祭)를 지내고, 비가 계속 내리면 기청제(祈晴祭)를 지냈다. 하늘의 경고에 반성하고 조심한다는 뜻이었다.

    오늘날 과학이 발달한 시대에 보면, 대단이 비과학적이고 미신적이고 우매하다고 할 것이다. 오늘날은 과학이 발달해 사람들이 “하늘이 어디 있나? 지구는 우주 공간의 수많은 행성 중의 하나일 뿐인데.”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하늘도 없고, 하느님은 더구나 찾을 수 없다.

    모든 것을 과학으로 재단하다 보니, 사람들이 너나없이 너무나 자신만만해졌고, 더 나아가 교만해졌다. 그 결과 자연을 무시하여 인간본위로 생각해, 이용한다는 명목으로 파괴하고 오염시켰다. 하나 밖에 없는 지구를 못 살게 파헤치고 무너뜨리고 구멍을 뚫고 등등해서 원래의 모습에서 너무도 많이 변형시켰다. 자연 파괴, 환경오염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지구 온난화가 계속되어 북극의 얼음이 녹아 지구가 점점 잠기게 생겼고, 각종 기상이변이 계속 생겨난다. 그 결과 2002년 사스를 시작으로 전세계적인 대규모 전염병이 점점 더 자주 인간들을 위협한다. 과학이 극도로 발달해 어떤 질병도 퇴치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감기 비슷한 별것 아닌 것 같은 전염병인데, 전세계를 마비시키고 있다. 모두가 인간들이 저지른 행위에 대한 댓가이다. 그러나 누구 하나 책임 질 사람이 없다. 누가 당할지 아무도 모르는 공포의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우한폐렴을 슬기롭게 잘 극복하고, 전세계의 인류는 모두 좀 더 겸허하고 좀 더 상대를 배려하면서, 하늘과 땅과 어울려 사는 법을 배워야 하겠다. 사람과 사람은 물론이고, 나라와 나라 사이에도 서로 화합하고 서로 도움을 주는 방법을 강구해야 하겠다.

    * 逆 : 거스를 역. * 天 : 하늘 천.

    * 而 : 말 이을 이. * 行 : 갈, 행할 행.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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