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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9월 25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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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마스크가 뭐길래- 양영석(편집부장·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20-03-10 20:3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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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적 마스크 판매이력시스템 시행 전 일이다. 병원 진료를 받은 뒤 처방전을 들고 약국에 갔다.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번지고 있는 상황인지라 혹시나 마스크를 파는지 싶어 진열대를 살펴보니 보건용 마스크는 없고 면 마스크 몇 장만 걸려 있었다.

    역시나 하고 약이 조제되기를 기다리는데 같은 건물에 있는 병원 간호사가 불쑥 들어와 원장님 부탁이라며 세 손가락을 펼쳐 보였다. 그러자 약사는 아무 말없이 데스크 서랍에서 마스크 3장을 꺼내 줬다. 그 귀한 마스크가 눈앞에서 거래되는 광경을 보고 나도 사겠다고 했더니 없단다. 이제 막 팔았지 않냐고 어이없어하니 그게 마지막이라고 궁색한 변명을 했다.

    하루 평균 1000만장이나 생산된다는 마스크를 아무리 애써도 구할 수 없어 다 어디로 갔는가 의아했는데 그제야 의문이 풀렸다.

    남이야 어찌 되던 나만 잘 되면 된다는 이기주의가 마스크 수급 불균형에 한몫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부 마스크 생산업자는 고가에 사겠다는 중국 상인이나 도매업자에게 물량을 몰아주고, 도매업자는 사재기를 한 뒤 터무니없는 가격에 팔고, 판매업자들은 배정된 물량을 고객에게 팔지 않고 자기 가족·친척·지인과 거래처 등 이해 당사자들에게 챙겨주는 양심 불량이 도처에서 횡행하고 있었다.

    이러니 정부가 전체 마스크 생산물량의 대부분을 공적 판매하고 5부제를 시행해도 판매처 문을 열기 전부터 몇 시간 동안 줄을 서야 겨우 살 수 있는 품귀현상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보건용 마스크는 하루이틀 착용하면 버려야 하는데, 힘들게 몇 장 구해도 며칠 지나면 없어질 것이니 불안감이 점점 커진다.

    정부의 초기 대응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 생명을 지키는 필수 물품이라고 할 수 있는 마스크를 구할 수 없다 보니 불안심리가 확산돼 생필품 사재기까지 일어나기도 했다.

    중국 보따리상들이 활개를 치고 마스크 도매업자들이 사재기를 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생산물량을 통제하고 국외 반출을 막았어야 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 1월 한 달간 마스크를 비롯한 기타 방직용 섬유제품의 수출액은 7261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 수출액의 8.8배이자 작년 연간 수출액의 89.7%에 이른다.

    대구·경북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돼 마스크 품귀현상이 나타나자 정부가 긴급수출제한조치를 취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수많은 마스크가 중국으로 넘어간 바람에 정작 우리나라 국민들은 살 수 없게 됐고 그 때문에 확산세가 더 거세졌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 와중에 일부 생산업자와 도매업자는 국민의 건강은 아랑곳 않고 사재기·폭리 등으로 자신의 배만 불렸고, 판매업자들은 생선가게를 지키는 고양이가 됐다.

    이런 이기주의는 결국 자신마저도 위태롭게 한다. 조직의 구성원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전체 이익을 무시해버리면 결과는 뻔하다. 같이 망하는 길이다.

    코로나19 창궐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한다지만 인간관계를 끊을 순 없다. 생명과 안전에 관련해서는 다른 사람도 좀 배려하며 살자.

    양영석(편집부장·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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