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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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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는 봄날에- 서정홍

  • 기사입력 : 2020-03-12 08: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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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주에서 서울로 가는 고속버스 안에서

    버스 기사님이

    괄괄한 목소리로 안내 방송을 합니다.

    안전벨트 잘 매이소이.

    안 매면 골병듭니다요.

    골병들면 자기만 손햅니다.

    그라고 음식 먹다가 손에 묻거들랑

    버스에 바르지 말고 자기 옷에 발라야 합니더.

    그럼 출발하겠십니더.

    여기저기

    봄꽃처럼 웃음이 터집니다.


    ☞ 시를 읽고 절로 웃음이 터진다. 버스 기사님의 당부는 봄기운처럼 인정스럽고 따뜻해서 불안한 마음에도 안전밸트를 단단히 매어 주는 것 같다. 요즘 진주에서 서울로 가는 고속버스는 최신식이라 정겨운 느낌은 없지만 기사님의 이런 구수한 사투리 안내 방송이면 옛날 시골 버스 못지않은 따뜻함으로 서너 시간쯤은 거뜬히 타고 갈 수 있지 않을까.

    봄꽃들이 뽕긋뽕긋 와글다글 피어나는 계절이다. 겨우내 아랫목을 지키고 있던 알록달록한 이불들도 빨랫줄에 피어나고 주름살 가득한 할머니 할아버지도 양지꽃처럼 골목마다 나와앉는 봄, 코로나19로 지치고 힘든 우리 모두의 얼굴에도 봄꽃처럼 웃음이 터지면 좋겠다. 장진화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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