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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790) 제25화 부흥시대 100

“저를 보내주실 거예요?”

  • 기사입력 : 2020-03-12 08: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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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영은 김경숙의 몸속으로 깊이 들어갔다.

    “네.”

    김경숙은 다른 때보다도 이재영을 즐겁게 해주려고 애를 썼다. 수동적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이재영을 받아들였다.

    가을이 깊어 겨울이 턱밑에까지 와 있었다.

    태풍이라도 불려는 것일까.

    골목에서 나뭇잎을 쓸어가는 바람소리가 스산하게 들려왔다.

    이재영은 스산한 바람소리를 들으면서 김경숙과 사랑을 나누었다.

    “회장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요.”

    사랑이 끝나자 김경숙이 다소곳이 말했다.

    “무슨?”

    “저… 남편을 만났어요.”

    김경숙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재영은 깜짝 놀랐다.

    “그런가?”

    어디선가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남편에게 돌아가야 해요. 아이들도 있고… 진작 가야 했는데 회장님께 말씀드리기가 어려웠어요.”

    김경숙은 왜 이런 말을 하는 것일까. 남편의 존재를 숨길 수도 있고 슬그머니 떠날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이재영에게 굳이 말하고 있는 것이다.

    “언제 만났어?”

    “두어 달 됐어요.”

    이재영은 입을 다물었다. 그렇다면 김경숙은 남편을 만났을 것이다. 남편과도 사랑을 나누었을까.

    머릿속으로 엉뚱한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이 판국에 그런 생각이나 하다니. 이재영은 스스로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남편은 무얼하고 있어?”

    “막노동을 하고 있어요. 창신동 하꼬방 집에서 세를 살고 있어요.”

    김경숙이 이재영에게 바짝 몸을 기댔다. 하꼬방은 판잣집을 말하는 것이다.

    “남편이 우리 사이를 아나?”

    “몰라요. 그냥 부잣집에서 식모살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아요.”

    “남편에게 갈 거야?”

    김경숙의 가슴을 만졌다. 그녀의 가슴이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저를 보내주실 거예요?”

    “보내주어야지. 남편에게 가고 싶은 거야?”

    김경숙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다른 남자의 품에 안기고 남편에게 돌아갈 수 있을까.

    “가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요.”

    옳은 말이다.

    그렇다면 오늘 밤이 그녀와의 마지막 사랑인가.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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