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촉석루] 함께 가는 길이 공존의 길- 홍성호(경남도 건강가정지원센터장)

  • 기사입력 : 2020-03-15 20:41:52
  •   

  • 티베트의 한 고승이 목숨을 구하고 큰 깨달음을 얻은 일화가 있다. 젊은 시절 동료와 함께 이웃한 인도로 성지순례에서 돌아오는 길. 험준한 히말라야 산맥을 몇 날이 걸려 제일 높은 산을 오르는 마지막 날. 날씨마저 혹독한 추위와 눈 폭풍이 몰아치는 저녁. 정상에 다다를 쯤 눈 속에 파묻혀 의식을 잃고 쓰러진 사람을 발견하고 두 스님은 의견이 나뉘어졌다. 동료는 이런 날씨에 저 사람을 구하기 위해 함께 간다면 모두 목숨을 잃을 것이라며 그냥 두고 가자고 했다. 하지만 스님은 불교를 배우고 가르치는 자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둘 수 있냐며 같이 데리고 가자고 설득을 했다. 결국 동료는 먼저 산을 넘겠다며 길을 떠났고 혼자 남은 스님은 쓰러진 사람을 들쳐 없고 눈 폭풍 속에서 한 걸음씩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혹한의 추위와 눈보라 속에 혼자도 아닌 사람을 업고 산을 넘기에 땀은 비 오듯 쏟아졌고 걸음걸음이 천근만근 같았다. 결국 기적같이 산을 넘고야 말았다. 산을 다 내려올 무렵 길가 모퉁이에 눈이 가득 쌓여 죽은 이를 발견했는데 혼자 먼저 간 동료였다. 밤새 몰아친 혹한에 혼자 간 동료는 동사했고 사람을 업은 스님은 온기를 나눌 수 있어 살았던 것이다.

    지금 우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라는 혹독한 겨울 폭풍 속을 국가와 국민 전체가 걷고 있다. 재난 속 영화에서 보듯이 현실에서도 나만 살면 된다는 자들을 볼 수 있다. 마스크를 매점매석하는 자, 공포와 불안을 조장하는 가짜 뉴스를 퍼트리는 자, 비협조와 거짓으로 더욱 상황을 어렵게 만드는 이와 집단 등 소수이지만 우린 이들의 이기와 무책임을 경계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지금도 방역의 최전선에서 국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고난의 동행을 선택한 수많은 이들이 있다. 질병관리본부, 의료진, 공무원 및 자원봉사자와 대다수의 국민들이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전염병의 눈 폭풍에도 함께 나아가고 있다. 강한 시련에도 이웃과 나라를 생각하는 우리 국민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잘 이 위기를 극복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힘들고 어려울수록 함께 가자. 그것이 공존이며 생존의 길이기에.

    홍성호(경남도 건강가정지원센터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