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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1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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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820) 환난상휼(患難相恤)

- 질병이나 어려움에는 서로 구제한다.

  • 기사입력 : 2020-03-17 08: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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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왕조는 유교를 지도이념으로 삼은 나라다. 유교가 널리 보급되자, 조선 중기 이후 각 지역에 향약(鄕約)이라는 것이 생겨났다. 지역민들이 서로 윤리도덕을 강구해 풍속을 교화하며 어려운 일을 돕자는 모임이다.

    대표적인 향약이, 퇴계(退溪) 이황(李滉) 선생이 주도한 ‘예안향약(禮安鄕約)’과 율곡(栗谷) 이이(李珥) 선생이 주도한 청주(淸州)의 ‘서원향약(西原鄕約)’과 ‘해주향약(海州鄕約)’이 있다. 이 두 향약을 근원으로 해서 조선 후기에 전국 각지에 향약이 펴져 나갔다. 영남지방(嶺南地方)은 주로 ‘예안향약’에 뿌리를 두었고, 기호지방(畿湖地方)은 주로 ‘서원향약’과 ‘해주향약’에 뿌리를 두었다. 나중에는 향약이 더 밀접하게 보급되어 동네에도 ‘동약(洞約’이 있고, 집안에도 ‘족계(族契)’라는 것이 생겨났는데, 지역 규모는 달라도 그 취지는 한가지였다.

    향약은 본래 중국 남송(南宋) 때 장안(長安) 남쪽 남전(藍田)에 살던 여대림(呂大臨) 등 여씨(呂氏) 사형제가 자기 고을에서 실시하던 지방민들의 도덕적 규약이었다.

    이를 주자(朱子)가 약간 손질하여 ‘소학(小學)’에 수록함으로서 세상에 널리 퍼지게 됐다. 주자의 문집인 ‘주자대전(朱子大全)’에도 들어 있다.

    향약에는 네 가지 덕목(德目)이 있으니, 첫째 ‘덕업상권((德業相勸)’이다. ‘덕을 닦는 일을 서로 권한다’는 뜻이다. 덕은 요즘 말로 하면 사람다운 인격이다. 둘째 ‘과실상규(過失相規)’이다. ‘잘못한 것에 대해서 서로 충고하고 경계한다’는 뜻이다. 셋째는 예속상교(禮俗相交)이다. ‘예법을 지키는 풍속에 서로 교류한다’는 뜻이다. 넷째 ‘환난상휼(患難相恤)’이다. ‘걱정스러운 일이나 어려운 일에 서로 구제한다’는 뜻이다.

    ‘걱정스러운 일이나 어려운 일’에 해당되는 항목으로, ‘소학’의 주석에는, 일곱 가지를 들었다. 첫째 홍수와 화재, 둘째 도적 만나는 일, 셋째 질병, 넷째 초상을 당한 일, 다섯째 외롭거나 약한 것, 여섯 째 모함을 당하거나 억울한 일을 당한 것, 일곱 번째 가난하고 궁핍한 것을 들었다.

    지금 무한폐렴이 극성을 부려 전국에 확인된 환자가 8000명을 넘어섰다. 특히 대구에 환자가 많이 발생했다. 대구시민들의 생활이 아주 어렵고 불편하게 됐다.

    그런데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전국에서 자원해서 의사와 간호사들이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치료를 위해서 달려왔다. 전국 각지에서 성금과 위문품이 답지하고 있다.

    우리 민족은 이 세상에서 가장 인정이 많은 민족이다. 남의 아픔을 그냥 못 본 채 안 하고 바로 달려가 몸을 바쳐 구제하는 민족정신이 있다. 조선시대 의병이나 일본강점기 때 독립운동한 정신과 같은 정신이다. 이런 서로 도우는 정신 때문에 머지않아 무한폐렴이 극복되고, 다시 약진하는 대한민국이 될 것을 확신한다.

    * 患 : 근심할 환. * 難 : 어려울 난.

    * 相 : 서로 상. * 恤 : 불쌍히 여길 휼.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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