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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6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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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능선- 이처기

  • 기사입력 : 2020-03-19 08: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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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굽이 돌아가며 고개를 넘어간다

    달리는 말굽에 흙먼지 일렁이고

    기사의 갑옷 틈새에 태양이 부신다

    천 년 전 굴러온 돌 침묵 속에 잠이든

    역사가 매장된 잔영 찾아 딛는 걸음

    후두둑 떨어지는 소리 금관 자락 흔들린다

    능선 저 너머로 초상이 나부낀다

    무진 속에 깜박이는 가려진 마지막 존엄

    바래고 녹이 슨 길을 성자처럼 걸어간다


    ☞ 오지 않을 봄인 줄만 알았는데, 무수한 고난과 역경의 능선을 넘어 나비가 날아왔습니다. 갑옷을 입은 기사처럼 말발굽 소리를 내며 팔랑팔랑 아득한 제국의 능선을 넘고 또 넘어 왔습니다. 문학병원 의사가 내린 은유의 처방전으로 봄에게 왔습니다.

    아득한 제국의 능선은 ‘천 년 전 굴러온 돌’이 ‘침묵 속에 잠이든’ 채 잔영의 요령을 흔드는 소리 같습니다. 금방이라도 후두둑 떨어질 것만 같은 금관 자락 흔들리는 소리입니다. ‘바래고 녹이 슨 길’이 오랜 잠에서 깨어나 참으로 깊고 웅장한 소리를 냅니다. 그리고 묵묵히 걸어가는 성자처럼 차분한 기도를 올리며, 지상에서 가장 맑고 빛나는 소리를 낼 것 같습니다.

    신종 바이러스 감염균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경제가 매우 불안하지만, 슬기롭게 잘 견뎌내리라 믿습니다. 대한민국의 저력이 있으니까요. 한마음으로 이 고난의 능선을 넘어가야겠습니다. 시조시인 임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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