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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만남과 관계 맺음으로의 문화예술- 김은아(밀양시문화도시센터 팀장)

  • 기사입력 : 2020-03-23 20:3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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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년만의 귀향이다. 나에게 고향 밀양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새로움의 공간이다. 그러면서 놓쳤던 손을 다시 잡고 싶은 나의 삶의 기억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밀양시문화도시센터, 이곳에 나의 일터를 마련하고 나의 문화예술적 삶터로, 밀양을 더 나은 문화적 삶이 있는 곳으로 만들어보고자 야심차게 준비했다. 내가 하는 일들이 나와 내 친구들, 이웃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대단한 포부도 가졌다. 하지만 문화예술적 삶이라는 것이 나의 손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1년여 만에 다시 깨우치고 있다.

    지역조사와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시민들과 간담회, 토론회, 포럼 등 총 10여 차례의 만남을 통해 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시민들은 문화라는 것이 말로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일상적으로 문화예술에 참여하고 누릴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싶어 했다. 그 내용을 토대로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만드는 시민공모사업, 문화기획자 양성과정을 개설했다. 개념의 틀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보니 좌충우돌, 처음에는 갈피를 잡지 못했지만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이 흐르면서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확대됐다. 그 결과는 시민문화페스타 ‘밀양야행’으로 이어졌고, 시민들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을 갖게 됐고, 밀양시민으로의 자존감을 회복해 갔다.

    마을을 돌아본 후 동네마다 어떤 문화적 격차가 있는지, 세대별로 문화에 대한 인식 차이가 어떻게 보이는지 알 수 있었다. 진장마을은 원도심의 낙후된 주거공간이지만 주민 스스로 문화적으로 일어서기 위한 노력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문화예술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자발적 문화활동들을 이어가면서 움추렸던 마을이 활기를 찾아가고 있었다. 그 노력들이 모여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에 선정되었고, 여가활동을 문화예술로 채워갔으며, 예술 활동에 대한 관심도 역시 높아졌으며 공동체가 더욱 돈독해졌다.

    밀양을 관찰하고, 밀양시민의 이야기를 들을 후 지역의 문화예술 주체들과도 만났다. 예술가들과의 관계는 진장문화예술플랫폼(미리미동국) 조성을 준비하면서부터였다. 빈집 유휴공간을 재해석해 예술가들이 원하는 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 속에서 그들과의 연결고리를 찾고 그 연결고리를 통해 관계를 다져갔다. 문화예술공간 조성 후 레지던스로 예술가들이 입주하고 마을과의 적극적인 연결고리를 맺었으며, 주민들과 함께 마을을 중심으로 아트마켓을 진행하였다. 입주작가들이 사업의 워킹그룹으로 참여하면서, 함께 합을 맞춰보는 기회를 가졌으며, 이후 ‘차 없는 거리’ 사업 등 참여 기회를 확대해 나갔다.

    손을 잡고 머리를 맞대며 지역을 관찰하고 경청의 과정을 통해 관계 맺었던 사람과 공간이 확장됐다. 마을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밀양을 이해하는데 어떠한 모드 전환이 필요한 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문화예술을 통한 만남과 관계맺음이 밀양을 들여다보기 위한 첫 번째인 것은 분명하다. 만남과 관계맺음으로 이웃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삶이 연결된 장소로서의 밀양을 이해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지역에서의 만남과 관계맺음의 과정이 없었다면 우리가 진행한 행사들은 무차별적으로 투입되는 문화행사들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며 시민들의 삶에 제대로 스며들지 못했을 것이다.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동네를 가본 경험은 내가 사는 지역의 삶을 한 겹, 한 겹 알아가는 과정이었고 그 과정 속에서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지역을 이해하는 과정이 됐다.

    성급히 들어선 나에게 문을 열어주는 사람들이 있어 아직도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나는 그들과의 만남과 관계맺음을 통해 밀양을 새롭게 이해하고, 밀양의 문화를 조금씩 더 알아가고 있다.

    김은아(밀양시문화도시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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