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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민심 VS 홍위병- 이종훈(정치부장)

  • 기사입력 : 2020-03-24 20:2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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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58년 중국에서는 ‘대약진운동’이 펼쳐졌다. 장제스와의 내전에 승리하고 베이징에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를 세운 마오쩌둥이 “7년 안에 영국을 초월하고, 15년 안에 미국을 따라잡는다”는 교시를 내리며 벌이기 시작한 운동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대참사였다. 3000만 명이 넘는 인민이 대약진운동 기간 굶어 죽은 것이다. 대약진운동의 실패로 마오쩌둥은 권력을 잃을 위기에 놓였지만 1966년 문화대혁명을 일으키며 권력탈환에 나선다.

    ▼이즈음 중국 문화혁명의 한 추진력이 된 학생 조직이 홍위병이다. 이들은 ‘마오쩌둥 어록’을 한 손에 들고 구사상, 구문화, 구풍속, 구관습을 자본주의와 봉건주의 유물로 규정하고 4구(舊) 타파운동을 벌인다. 이들은 1년 가까이 구시대로부터의 해방을 명분으로 기존체제를 전복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등 극단적인 행동을 펼치다 해산됐다. 이런 연유로 ‘홍위병’은 특정인이나 특정 목적을 위해 극단행동을 불사하는 급진파를 비유하기도 한다.

    ▼최근 대한민국에서 ‘홍위병’ 논쟁이 촉발하고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친박 혹은 친문’ 등에서 나타나는데 법과 제도 정의와 공정을 부정하며 사람에게 충성하는 형태를 보이며 논란이 일고 있다. ‘친박 그룹’들은 ‘탄핵 무효’, ‘박근혜를 청와대로’라는 구호를 외치며 헌법재판소 판결을 부정한다. ‘친문 그룹’들은 ‘검찰 개혁’을 외치며 재판을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옹호하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는 민심이고 당신들은 홍위병’이라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민심’이라는 검증되지 않은 무기를 들고 집단적 광기를 보이는 이들을 보면 중국 홍위병과 많이 닮은듯하다. 하지만 이들은 오래가지 못했다. 세력을 확장하려다 조직 내분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산업생산이 중단되고 도시생활을 유지할 수 없게 되자 정부에서는 그들을 고향으로 돌아가도록 권유했고, 차츰 잊히게 됐다. 4·15총선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민심이 무엇인지는 이날 얼추 판가름 날 것이다.

    이종훈(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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