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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풍수지리] ‘윤달’과 ‘손 없는 날’이 좋은 이유

  • 기사입력 : 2020-03-27 08: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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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년 윤달(閏月)은 양력으로 5월 23일부터 6월 20일까지이다. 가외로 있는 달이라 해서 공달, 썩은 달, 여벌 달이라고도 한다. 한국에서는 통속적으로 윤달은 하늘과 땅의 신(神)이 사람들에 대한 감시를 하지 않는 기간으로 여겨 불경스러운 행동을 해도 신의 노여움을 사지 않는다고 믿는다. 이때 수의(壽衣)를 짓거나 이장(移葬), 사초(莎草), 석물(石物·비석, 상석, 석축 등) 설치 및 손질 등 죽음에 관련된 일을 해도 된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윤달에는 조상이 돌보지 않으니 결혼식과 같은 ‘경사스런 일을 하는 것을 삼가는 달’로 여기고 있다.

    현대에는 손 없는 날을 이사하는 최고의 길일(吉日)로 믿으며 비용이 더 들더라도 이날을 택해 이사하는 추세다. 손 없는 날이란 귀신이 쉬기 때문에 부정을 타지 않는 날이라 여기며 음력으로 0, 9가 뒤에 붙는 날을 말한다.

    그러면 윤달이나 손 없는 날은 실제로 근거가 있는 것일까. 둘 다 산 사람의 필요와 편안함에 의해 탄생한 것이지 귀신이나 조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다만 사람들이 민간 생활과 결부된 하나의 신앙으로서 자리매김하여 오늘날까지 행하고 있는 풍습이므로 너무 집착하거나 맹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얼마 전 조부모와 부친의 묘가 있는 함안군 모처에 위독한 상태의 모친을 사후 화장(火葬)해서 안치할 목적으로 터의 감정을 의뢰한 이가 있었다. 의뢰인 또한 여느 의뢰인처럼 하박석(무덤구덩이를 덮는 돌)을 깔고 비석을 둔 평장을 자연장과 동일한 장법으로 여겨 법의 저촉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화장을 해 안치하더라도 표지석만 설치한 것에 한해 자연장이라 하며, 비석을 설치한 평장은 매장에 속하기 때문에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을 꼼꼼히 살펴 낭패를 당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사설 가족묘지의 경우, 화장을 해도 하박석을 깔고 비석을 설치하면 매장으로 간주해 도로와 하천과 20호 이상의 인가밀집지역, 학교 등으로부터 법정 거리를 둬야만 한다. 따라서 요즈음 매장에 해당하는 대부분의 사설 묘지는 불법이다. 게다가 이러한 요건을 모두 갖추었다 해도 ‘민원’이 발생한다면 쓰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의뢰인이 감정을 요청한 터는 다행히 법에 저촉이 되지 않으면서 기운은 좋은 곳이며, 조부모와 부친의 광중(壙中·시체가 놓이는 무덤구덩이) 역시 냉하지도 않고 물도 고이지 않은 곳이었다. 모친이 돌아가시면 화장을 해서 평장으로 하길 원하기에 봉분을 한 부친과 격이 맞지 않아 평장을 하되 봉분을 조성해 부친과 쌍분으로 하기를 권했다.

    좌측 산(좌청룡)은 튼실하고 우측 산(우백호)과 앞산(안산)이 부실함에도 좌측과 앞쪽만 황금측백나무를 빽빽이 심어두었기에 묘를 향해 치는 우측 바람을 막기 위해 방풍림(바람막이숲)을 조성하도록 했다. 뒷산(주산)은 돌산이지만 봉분은 산진처(山盡處·산의 끝부분)에 위치하고 있어 땅심이 좋은 곳이었다. 전순(氈脣·봉분 앞 절 하는 자리를 포함한 터) 아래에 부실하게 쌓은 석축을 재정비하길 원해 모친을 안치하는 날에 하거나 당일 시간이 촉박하면 따로 날을 잡아 하도록 했다.

    민가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고 주변에는 기존 묘들이 많이 산재해 있을 뿐만 아니라 의뢰인의 가족 묘지도 이미 조성돼 있는 곳이어서 모친을 모시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혼비백산(魂飛魄散·혼은 다른 세계로 가고 살과 뼈는 흙으로 돌아감)을 할 때 뼈가 길(吉)한 기운을 만나면 그 뼈의 연장인 자손에게 복이 돌아가므로 명혈(名穴·명당자리가 되는 혈)을 찾는 것이다. 풍수에서는 매장이든 화장이든 좌향(坐向)을 터 못지않게 중요시 여긴다. 좌향을 잘 놓아야만 산소를 품은 바람이 시신이나 골분(뼛가루)의 좌우 균형을 유지시키면서 자연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매장의 경우, 좌우측 중에 어느 한쪽이 빨리 삭으면 좋지 않으며 화장의 경우도 한쪽은 변질과 변색이 되고, 다른 쪽이 빨리 흩어지면 흉하다. 화장을 할 때는 첫째, 돌산이 많으면 석물을 최소한으로 설치해야 한다. 둘째, 향후 성장하면서 햇빛을 가릴 수 있는 위치에 나무를 심으면 안 된다. 셋째, 계곡 연장선상에 안치하면 안 된다. 넷째, 광중은 온, 습도 조절이 안 되므로 60cm 이상 파야 한다. 다섯째, 석관을 쓰면 안 된다. 여섯째, 항아리나 FRP(플라스틱) 같은 용기를 묻고 골분을 넣으면 안 된다. 화장을 하면 혼(魂)도 사멸한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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