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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지구적 감염병 사태로부터 배운다- 김겸섭(경상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0-03-30 20:2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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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팬데믹(pandemic) 선언 이후 감염병의 세계화는 현실이 되었다. 유럽과 미국, 남미에 이어 다윈의 진화론에 핵심 증거들을 제공한 갈라파고스 제도까지 뚫렸다고 한다. 우리의 경우도 아직 안심하기엔 한참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급기야 외국 입국자들도 의무적으로 감염 검사를 받고 음성 진단을 받더라도 2주간 자가 격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니 말이다.

    신천지 교인에 대한 전수조사가 마무리되면서 사태가 진정되겠지 기대를 했건만 콜센터와 요양병원, 교회 등을 중심으로 지역감염이 계속되는 것도 걱정이다. 세계와 국내를 통틀어 진행되는 지금의 상황이 경제적 팬데믹에 이어 더불어 살아야 할 공동체의 훼손, 즉 사회적 팬데믹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불안하다.

    매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코로나19 뉴스로 속보가 일상이 되었지만 그나마 다른 나라에 비해 상황이 조금은 호전된 것 같아 조금 안심이 된다. 국가의 부재와 정부의 무책임이 뼈아팠던 지난 메르스 사태에서 배운 바가 있어 재난 시스템을 손본 덕분이다. 일본이나 미국처럼 초기에 사실을 은폐하거나 피해를 축소하지 않고 감염병의 경로와 과정을 투명하게 밝히며 총공세로 대응한 점도 평가할만한 대목이다. 얼마 전 G20 화상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이 한국의 검사시스템이나 투명한 대응전략, 민관협력 체계에 주목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의 해결 과정에서 우리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협력에서 희망의 씨앗을 확인하게 된다. 발 빠른 진단키트 제작과 신속한 행정적 절차 진행, 보건 관료와 공무원들의 헌신적인 노력 등. 하나하나가 다 우리 사회의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들이지만 일상적으로 나눔과 연대를 실천하는 시민들에게서 재난영화에서나 느낄 법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자발적으로 대구로 몰려든 의료인들, 예정보다 빨리 임관식을 마치고 현장에 투입된 75명의 새내기 간호장교들. 이들에게 속옷과 양말, 도시락을 전달한 시장 상인들. 마스크 대란 한 가운데서도 마스크 양보 운동에 동참하고 천 마스크 기부 운동을 벌인 시민들. 해묵은 지역감정을 뒤로 하고 병상을 나눈 ‘달빛동맹’. 자원봉사에 나선 시민들과 크고 작은 정성들을 모아준 사람들. 이들이야말로 희망의 징후이고 돌보고 연결되는 이들의 활동이야말로 코로나19 백서에 반드시 기록되어야 할 것이다.

    언젠가는 이번 코로나 사태도 진정이 될 것이다. 블록버스터 재난영화에서 위기의 해결은 문제의 종착을 의미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일시적 사태 해결은 문제의 시작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평온한 일상을 뒤흔든 ‘실재’로서의 코로나19가 물러가면 본격적으로 우리가 안고 있던 문제들을 찾아내고 분석하여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상황 파악과 대안 마련의 노력은 철저하면 할수록 좋을 것이다. 앞으로 거듭해서 더 센 놈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도와 시군의 행정기관은 ‘커뮤니티 케어’ 시스템에 대한 총체적 점검을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난 도지사 시절의 진주의료원 폐쇄는 너무 성급한 조치였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참에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해본다. 경남을 2-3개의 권역으로 나누어 위기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공공의료원을 늘리자고 말이다. 나아가 이번 기회에 국가안전을 위한 체계적인 의료 인프라와 시스템을 정비해야 할 것이고 위축된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안적 선택지들을 비축해야 할 것이다. 더 기대한다면 우리 지역에서 이런 전염병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대학연구소나 기관의 현황을 파악해서 지속적으로 지원을 했으면 한다. 항공이나 기계, 사물화, 스마트팜, 바이오헬스, 미래자동차, 에너지신산업 등의 미래 먹거리 산업에 대한 투자만이 아니라 광범위한 국가안보와 관련한 재난시스템 구축 역시 혁신 플랫폼 사업의 한 분야가 되길 기대해 본다.

    김겸섭(경상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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