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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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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남해안 멸치어선 불법 개조 (상) 덩치 키우는 멸치배들

어획량 늘리려 더 큰 그물 사용… 배·엔진 키우기 성행
선박엔진 출력 경쟁적으로 높여… 배 뒤 부력부 덧붙여 공간 늘려

  • 기사입력 : 2020-03-31 20:5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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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해안에서 멸치를 잡는 기선권현망 선단들의 멸치배 불법 개조·증축이 만연해 있다. 이들은 더 많은 어획량을 위해 경쟁적으로 배를 키우거나 엔진 출력을 높인다. 이 때문에 선박을 개조하지 않은 선단은 상대적으로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어 업계 내부의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불법개조로 해양 안전사고의 위험을 더 키운다는 점이다. 불법 개조·증축은 선박의 복원력을 약화시켜 자칫 작은 사고가 대형 참사로 이어질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 기선권현망 선단들의 멸치어선 불법개조 실태를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지난달 28일 통영시 정량동 동호항 멸치권현망수협 앞 부두에 정박한 기선권현망 선단의 모습.(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지난달 28일 통영시 정량동 동호항 멸치권현망수협 앞 부두에 정박한 기선권현망 선단의 모습.(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배 두 척이 그물을 끌고 가면서 멸치를 잡는 기선권현망 어업은 연안어업 가운데 가장 어획강도가 높은 어업에 꼽힌다. 그래서 기선권현망 어업에는 많은 제약들이 따를 수밖에 없다. 기선권현망 어업은 멸치 외에 다른 어종은 잡을 수 없도록 현행법에 규정돼 있다. 야간 조업도 금지돼 있으며 멸치가 연안을 찾아 산란하는 시기인 4~6월은 아예 금어기로 정해 조업조차 나갈 수 없도록 했다.

    기선권현망 어업은 선박에 대한 규정도 까다롭다. 그물을 끄는 본선의 경우 40t을 넘을 수 없고 엔진출력은 350마력 이하여야 한다. 엔진출력에 제한을 둔 것은 어획강도가 높은 기선권현망과 기선저인망 뿐이다.

    ◇기선권현망 선단의 규모= 기선권현망 어업은 멸치만 전문적으로 잡기 위해 고안된 어법이다. 5척의 배가 한 조를 이뤄 조직적으로 멸치를 잡는다. 어탐선(1척)이 어군탐지기로 멸치 떼를 찾으면 본선 두 척이 어탐선의 지시에 따라 그물을 끌어 멸치를 잡는다. 잡은 멸치는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가공·운반선으로 옮겨 현장에서 바로 삶은 뒤 육지 어장막으로 운반해 말린다. 가공·운반선은 멸치잡이가 쉬지 않도록 교대로 운반하기 위해 2척이 운용된다.

    현재 경남과 부산, 울산에 이르는 남해안 어장에서 멸치를 잡는 기선권현망 선단은 모두 54선단이다. 이들 선단이 운영하는 선박은 280여 척에 이른다. 이들은 이런 방식으로 국내에서 유통되는 마른멸치의 절반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멸치수협이 위판하는 마른멸치만 한해 2만t, 1000억 원에 이른다.

    ◇한 번 그물질에 많이 잡는 것이 관건= 기선권현망 어업은 연안어업 가운데 가장 길고 큰 그물을 사용하는 어업이다.

    기선권현망 선단이 그물을 한 번 내렸다 다시 올리는 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 긴 그물을 사용하는데다 멸치를 자루그물로 몰기 위해 예망(그물을 끄는 것)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다 야간 조업이 금지돼 있어 한 선단이 하루 7~9번 그물을 양망하는 것이 전부다. 이 때문에 기선권현망 선단들은 한 번 그물질에 많은 양의 멸치를 잡아야 어획량을 높일 수 있다. 점점 더 큰 그물이 사용하는 이유다. 예전엔 500~600m였지만 지금은 1km에 이를 정도로 그물 길이가 커졌다. 기선권현망 선단은 이런 방식으로 한번 양망에 1t 내외의 멸치를 잡는다.

    ◇더 큰 그물 실으려 불법개조= 더 큰 그물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더 큰 배가 필요하다. 불법으로 배 덩치를 키우는 기선권현망 선단들이 늘기 시작한 이유다.

    기선권현망 선단들은 배 뒤에 부력부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배 크기를 키운다. 부력부는 드럼통처럼 사방이 막힌 텅 빈 공간으로, 배를 물에 띄우는 역할이 전부다. 업계에서는 배 앞쪽이 뜨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선미부력부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부력부를 덧댄 만큼 길어진 갑판에 더 큰 그물을 싣기 위한 용도로 활용될 뿐이다. 상당수의 본선들이 부력부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배를 키우고 있다.

    이같은 불법 개조가 성행하자 급기야 지난 2월 중순 경남도와 통영시 등 관련기관에 멸치선단의 불법 개조·증축을 고발한 한 어로장의 투서가 날아들었다. 불법 개조·증축이 그만큼 만연해 있다는 방증이다.

    투서를 바탕으로 경남도가 조사에 나선 결과 선미에 불법으로 부력부를 덧붙이거나 이도 모자라 부력부 뒤에 다시 길이를 늘인 본선들이 적발됐다.

    투서를 넣은 이 어로장은 “어떻게 허가장의 t수보다 실제 t수가 30~40%나 클 수 있는지 조사해 달라”며 “선주 재력이 뛰어나 배를 키운 선단들은 어획강도가 좋을 수밖에 없어 바다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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