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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2020년,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 이정원(BNK경남은행 WM고객본부 상무)

  • 기사입력 : 2020-04-05 20: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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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75%. 한국은행이 지난 3월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발표한 우리나라 기준금리다. 은행원으로 일한 지 36년만에 처음 보는 0%대 금리에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보지 않은 길’이라는 시가 떠올랐다.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여파로 국내외 경제·금융시장은 가보지 않은 길이 너무 많이 열리고 있다. 은행에 근무하면서 나름 1998년 IMF, 2003년 카드사태, 2008년 금융위기를 겪었기에 어지간한 이슈는 내성이 생겼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금융시장의 충격은 이성적인 접근으로는 대처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인간 심리를 기반으로 한 행동재무학에 관심이 간다. 행동재무학은 주류 경제학에서 말하는 인간의 합리적인 선택을 부인한다. 대신 인간 심리에 내재된 어떤 관념이나 인지적 편향에 의해 판단을 한다고 보는 학문이다.

    일례로 행동재무학에는 ‘손실회피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이익을 얻고자 하는 욕구보다 손실을 회피하고자 하는 욕구를 더 강하게 느낀다고 한다. 실제 관련 실험 결과를 보면 불확실한 이익보다는 확실한 손실을 2배 이상 더 강하게 체감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요즘 같은 혼란스러운 시장 상황에서는 손실회피 성향이 강해져 조금만 이익이 나도 손실을 회피하고자 이익 회수를 서두른다는 것이다. 선례를 놓고 볼 때 최근 주식 폭락에 따른 반대급부로 안전자산인 금과 채권시장의 상승은 일정기간 지속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자산도 마찬가지로 약간의 수익이 나면 바로 팔아 치우는 트리플 약세 상황은 자못 이해가 간다.

    그럼 너나 할 것 없이 주식, 채권, 금 같은 자산을 내다 팔아 생긴 현금은 어떻게 될까? 언제까지 제로금리 시대에 현금자산으로만 보유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어느 시점에 가선 다시 투자가 시작될 것인데, 그 시점이 언제가 될 지 궁금해 진다.

    이런 궁금증 역시 행동재무학의 ‘기준점 설정효과’로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준점 설정효과는 대다수 사람들의 경우 자신이 경험한 것 혹은 알고 있는 것에 기준을 두고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즉 현재의 불확실한 상황에서 다시 투자를 하려면 사람들마다 가진 과거 경험을 기준점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1280억달러(원화로 약 158조)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의 기준점을 찾아보는 것도 나쁠 것 같지 않다. 최근 워런 버핏은 미국 주식시장이 역대 최단기 폭락세로 모든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있을 때 투자를 재개했다.

    그는 현 상황을 원·투 펀치에 비유하면서도 “충분히 (투자시장에) 오랫동안 있다 보면 시장에서 온갖 일들을 다 겪는다. 이 같은 경험을 하기까지 나는 89년이나 걸렸다”면서 “나는 항상 팬데믹이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이런 일이 향후 인류의 발전을 막지는 못할 것이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국내외 금융시장은 급락과 급등이라는 롤러코스트를 타고 있다. 이때 어디에 언제 투자해야 하느냐라는 질문에 대해 ‘가보지 않은 길’의 마지막 시구로 대신하고자 한다.

    ‘먼 훗날 어디선가 나는/안도의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하려나/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덜 다닌 길을 갔었노라고/그래서 인생이 온통 달라졌노라고’.

    이정원(BNK경남은행 WM고객본부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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