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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손님- 김흥구(창원 행복한요양병원 부이사장)

  • 기사입력 : 2020-04-06 20:2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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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애 처음 경험하는 세상을 보고 있다. 배우기 어렵지만 착실히 수업료도 꼬박꼬박 내고 있다. 덩치가 작아서 침침한 노안인 내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파급력이 크다. 전 세계가 일시에 전율과 절규 속에 숨을 죽인다. 얼마 전 인공지능(AI)을 앞세워 세계를 호령하던 4차 산업혁명 전사는 잠시 시야에서 비켜섰다. 중국 우한에서 손님이 왔기 때문이다. 그 이름은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다.

    이 손님은 세계의 공장 그 명성에 걸맞게 팬데믹으로 전 세계를 감염 중이다.

    우리나라도 온 국민이 공포와 불안에 일상이 위축됐다. 손님의 방문은 잠시 소강상태에서 대구의 신천지 예배당 집회 후 전국으로 퍼졌고 최근에는 해외 입국자 중 확진자가 늘고 있다. 원인은 제각각이고 처방은 불완전하다. 국민은 불편하고 정부의 미온적 대처를 불신한다. 의사협회에서 일곱 차례 요청한 중국인 입국금지 요청은 묵살됐고 뚜렷한 답도 대안도 없이 중언부언하고 우왕좌왕 한다.

    요즘은 병원도 분주하다. 외부인 출입금지 조처는 이미 시행 중이고 매일 출근자는 체열 검사하며, 보호자 면회도 엄격히 제한한다. 보호자는 대면면회 금지로 차단된 면회실에서 전화로 환자와 소통하는 모습이 흡사 이산가족 상봉을 연상케 해서 마음은 안쓰럽다. 감염병 위기 경보를 심각으로 전환했지만 지역사회 전파 또는 전국적 확산으로 이미 전이된 후라 뒷북 행정에 걸맞다 하겠다. 정부의 대응도 조기 발견과 확산 금지로 방향을 돌렸다.

    만약 정치인들이 국민 생명과 안전 보호라는 근본을 잊고 국가적 재난상태에도 정략적 계산으로 대처한다면 문제는 더 가중될 것이다. 정치인에게 집권은 최고의 이상이다 하나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하는 발상이라면 그 토대는 빈약하고 철학은 부재하다. 몇몇 장관의 안일한 대처와 친정권적 성향을 국민은 다 안다. 국민은 언제나 현명했다.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던 주권이 국가의 중차대한 사안 봉착시 언제나 옳은 결정을 내린 사례는 많았다. 그러한 선례가 선거철이 되면 국민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는 예비 선량들의 구두선에 실소를 자아내기도 하지만 말이다.

    손님이 다 반가운 것은 아니다. 다소 불편하고 무례한 분도 계시고 정겨운 좋은 분도 있다. 이번 우한 손님은 역사 속 페스트나 스페인 독감처럼 불안하고 성가시다. 국민의 생활과 일상에 중대한 위협을 가하기 때문이다. 이 지리한 장마처럼 지속되는 손님의 방문을 이제는 배웅하고 싶다. 숱한 인명과 재산을 앗아간 이번 국가재난의 빠른 종식을 바랄 뿐이다.

    이번 손님 사태에서도 우리는 보았다. 집권 여당의 구호에 거친듯한 무책임을 그리고 준비되지 못한 야당의 무능함도 알았다. 무엇보다 이 사태 종식을 위한 주인공은 코로나 의병들처럼 국가 위기 상황에 발 벗고 나서는 이름 없는 소식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희생일 것이다.

    꽃의 제전 진해 군항제가 57년 만에 행사를 접었다. 주민들의 소소한 일상의 재미는 덜하지만 상황의 위태로움을 간파한 행정당국의 선제 조처다. 꽃의 만개와 함께 우리의 꿈도 영글어 간다. 어떤 힘겹고 어려운 일도 반드시 끝이 있다는 것을. 누구를 탓하고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신독의 마음가짐으로 더 성숙한 시민사회 진입을 위한 자성의 기회로 삼아야 할 뿐.

    올해에는 좋은 소식과 함께 반가운 손님을 기대해 보자. 초등친구 정숙이도 보고 싶고, 고등친구 영숙이도 그립다. 두 분 다 누추한 내 삶에 또박또박 써내려간 편지로서 나에게 응원과 격려를 해준 몇 안 되는 소중한 벗들이다. 물론 그녀들의 기억력이 의심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제는 아련한 기억의 부서진 편린들을 모아서 붙이고 또 붙여 기다려 보자 어차피 손님에 대한 최상의 예우는 흥겹고 풍성한 대화일 테니까.

    김흥구(창원 행복한요양병원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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