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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농업계만 빼고- 김용광(전 함안축협 조합장)

  • 기사입력 : 2020-04-08 20:3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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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 신문에 실린 ‘민주당만 빼고’ 제목의 어느 교수의 칼럼 때문에 정치권이 시끌벅적했고 여야의 공방이 얽히고 설켜 어지러운 정국의 한 단면을 보여줬다. 이를 지켜보는 이들의 불쾌감은 세부적으로 조금씩 다르겠지만 본질적으로는 선거철 정치권의 매너리즘에 대한 부분이 크지 않을까 싶다. 더구나 21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 선거구 획정갈등이 불거져 빈축을 샀으며 선거구획정은 총선을 치를 때마다 매번 대두되는데 여야 이해관계에 따라 농어촌 지역구가 일방적으로 축소되는 희생을 치렀다. 현재 농어촌 지역구는 20개에 불과하다. 전체 300석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에 반해 도시지역구는 한 지역만 3명에서 5명까지 배정될 만큼 지역 간 불균형이 심하다.

    이는 권력과 예산편중으로 이어져 농어촌지역은 정치적·행정적 소외를 면치 못한다. 사실 국가의 중대사인 크고 작은 선거마다 농업계는 점점 소외되고 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공약 중 농업관련 공약은 후순위로 밀려 주목받지 못하며 겉돌고 있다. 시나브로 ‘농업계만 빼고’가 된지 꽤 됐다. 국회의원 후보자의 면면에서 농업을 찾아보기 쉽지 않을 뿐더러 농업공약 없이도 당선되는 사례들이 비일비재하다. 정치권에 일방적으로 매달리는 농업계의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은 현실이다.

    왜 이런 것일까. 여러 분석들이 있다. 이 중에서 농업계 관행과 관성의 뿌리가 깊다는데 원인이 있다는 시각이 크다. 시대변화 속에서도 타성에 젖어 농업계 자체적으로 실질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경험을 충분히 터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농업계는 구도의 싸움에 관행과 학습대로 대응해 왔을 뿐 대안과 변화를 지향하는데 소극적이었다. 예산당국의 ‘헤게모니’를 극복하지 못하는 농정당국의 모습도 닮은꼴이다. 수많은 관행들 중 하나는 선거판에서도 확연히 나타난다. 외연을 확장하지 못하는 산토끼가 아닌 집토끼를 자처하는 농업계 투표 경향이 정치권의 농업계 ‘패싱’이라는 그릇된 관행을 낳게 했을 가능성에 대해 성찰해봐야 할 시기다.

    농민이 유권자로 참여하는 농어촌선거에서 파란과 이변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가깝게 지역농축협조합장이나 농협중앙회장선거만 놓고봐도 그렇다. 정치권이 농촌문제를 해결하는 만능열쇠는 아니다. 하지만 정치권의 지원 없이 문제를 풀어내기는 쉽지 않다. 강산이 두 번 바뀐 지난 20년 동안 300명의 국회의원들은 4년 임기 5번이나 마쳤고 산술적으로만 약1500명의 인사들이 금배지를 달았다. 반면 같은 기간 농업소득은 1000만원 남짓에서 제자리걸음중이다. 농민이 농사만 짓고 살기에 녹록지 않다고 울부짖는 지금 농업계가 기존관행을 벗지 않고 서는 20년 뒤 상황도 크게 바뀌지 않을 것 같아 우려스럽다.

    이번 총선에서 또 다시 300명의 국회의원이 여의도에 둥지를 튼다. 이번 총선이 ‘농업계만 빼고’라는 정치권의 매너리즘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데는 정치도 경제도 국방과 외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우리의 먹거리가 우선이자 중요한 요소이다. 옛부터 농업은 천하의 큰 근본이요 경세제농으로 세상을 다스려 농업을 구제한다는 뜻으로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농업은 뿌리, 산업은 줄기, 공업은 꽃이라 했듯이 농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부디 이번 총선에서는 ‘농업계만 빼고’라는 매너리즘을 바꿀 수 있는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김용광(전 함안축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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