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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역경 이겨내는 마음의 항체 ‘회복탄력성’- 정보현(한국폴리텍7대학 교양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0-04-12 20: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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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복탄력성(resilience)은 고난과 위기라는 바이러스가 침투할 때 이겨내도록 하는 마음의 항체(antibody)이다. 심리학자 에미 워너는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역경을 딛고 성장하는 아동들을 연구하면서 마음의 근력인 회복탄력성의 개념을 발견했다. 강한 회복탄력성을 가진 사람은 시련을 만나 바닥을 치고 다시 튀어 오를 때는 회복을 넘어 원래 있었던 자리보다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간다. 이러한 경우를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이라고도 한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고난을 겪고도 현재에 서 있는 우리 민족은 세계적으로 강한 회복탄력성을 가진 민족이다. 우리는 60년대 전쟁의 후유증 속에서도, 90년대 금융 위기 속에서도 안정기 때보다 오히려 더 강한 회복력과 성장력을 보였다. 코로나19는 국민의 건강뿐만 아니라 경제, 교육으로까지 침투했고, 이 상처의 여파는 한동안 지속 될 것으로 우려된다. 그러나 여기서 다시금 위기 속에서 오히려 성장했던 우리 민족의 회복탄력성에 주목하고 싶다.

    높은 회복탄력성으로 고난을 겪고도 성장했던 사람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은 불행하거나 억울한 사건을 만났을 때, 부정적인 상황을 탄식하며 낭비하는 감정의 에너지를 줄이고 문제해결에 에너지를 집중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렇다고 부정적 상황을 지나치자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는 이제 앞으로 나아가야 할 과제들이 너무나 많다. 개업 이후 최대 위기를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당분간 더 지속될 수 있는 불경기의 늪을 외롭게 이겨 나가야 한다. 고3 수험생들은 개학 연기로 부족했던 학습을 수능까지 수행해 내야 한다.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지나면 우리의 이웃들과 만나 얼굴을 마주하면서 누렸던 소소한 행복들을 다시 찾아야 한다.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의 또 하나의 특징은 일반인들보다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사고를 많이 한다는 것이다. 뇌과학자들에 따르면 일반적인 사람들은 사고 중 약 70%가 부정적인 패턴을 보인다고 한다. 진화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는 이러한 경향은 위기를 더 빨리 인지시켜 생존율을 높이려 했던 인류 진화의 결과라고 했다. 그러나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은 현실을 더 빨리 수용하고 건설적으로 나아가기 위해 긍정적인 생각들을 모색한다.

    불행한 사건이나 위기는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불행이 되기도 하고 성장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를 함께 겪으면서, 우리나라의 신속한 보건 대응체계와 투명한 정보공유 등이 위기 시 국가관리 시스템의 모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나라 안에서는 대구·경북지역 주민들과 의료진들이 코로나와 전쟁을 치를 때 전국의 의료봉사자들이 몸을 사리지 않고 자원해 함께 싸워주었다. 경남의 한 병원에서는 장기간 코로나 환자를 돌보던 간호사들이 복귀를 마다하고 서로 당직을 자처하는 동료애를 보여 주었다. 국민들은 코로나 성금을 모으고 SNS로 응원하며 마음을 함께 해 주었다. 코로나19의 역경으로 우리는 대외적으로는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안으로는 국민들의 마음이 하나가 되는 계기를 갖게 되었다.

    시련을 피할 수는 없지만, 시련을 극복하는 능력, 즉 각자의 회복탄력성에 따라 결과는 다를 수 있다. 물체의 특성마다 탄성이 다르듯 사람도 개인의 환경과 특성에 따라 회복탄력성이 다르다. 그러나 안 쓰던 몸의 근육도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근력을 키울 수 있듯이, 마음의 근력인 회복탄력성도 노력으로 얼마든지 향상시킬 수 있다.

    이제 상처받았던 것들보다는 치유할 방법에 집중해 마음의 항체를 기르자. 할 수 없는 것을 탄식하기보다는 우리의 노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곳에 에너지를 집중시켜 회복탄력성을 회복하자. 밑바닥까지 떨어져도 다시 꿋꿋이 튀어 올랐던 마음의 근육 회복탄력성을 긍정성으로 다시 키울 때이다.

    정보현(한국폴리텍7대학 교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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