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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15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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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824) 설중송탄(雪中送炭)

- 눈 속에 숯을 보낸다. 어려운 사람에게 조그만 도움을 준다

  • 기사입력 : 2020-04-14 08: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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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이 많이 내려 교통이 두절된 가난한 외톨이 집에 숯을 한 소쿠리 보내주었다면, 그 주인은 얼마나 요긴하게 쓰며, 얼마나 고마워하겠는가?

    부귀한 집에 선물을 해 봐야 나중에 그 주인은 기억도 못 한다.

    똑 같은 물인데, 집에 수도가 있는 사람에게 주는 한 컵의 물과 사막에서 갈증을 만나 숨이 넘어갈 듯한 사람에게 주는 한 컵의 물은 완전히 다르다. 구성분자는 같지만 같은 물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다음에 자기가 덕을 볼 만한 영향력 있는 사람은 잘 도와주지만, 정말 가난하고 별 볼 일 없는 사람은 도와주려고 하지 않는다.

    자기가 부유하거나 지위가 높으면, 가난한 사람이나 미천한 사람의 사정을 알기가 어렵다.

    송나라 태종(太宗) 황제가 어느 밤 궁궐에 있어 보니, 너무 추웠다. “털가죽 옷을 입었는데도 이렇게 추운데, 가난한 백성들은 어떻게 견딜까?”라는 동정심이 생겨, 즉각 내시를 보내 가난한 사람들을 파악해, 돈과 쌀과 숯을 보내준 적이 있었다. 중국 역대 황제가 400명 정도 있었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 물품을 보내라고 직접 지시한 기록은, 송 태종밖에 없다고 한다.

    청(淸)나라 때 어떤 총명한 젊은 선비가 있었는데, 너무 가난하여 북경(北京)에 과거 보러 갈 여비가 없었다. 친척이나 아는 사람에게 가서 사정을 해도 단 한 사람도 도와주지 않았다. 과거에 합격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인데, 가난뱅이에게 돈을 빌려주었다가는 받지 못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 선비는 몇 달 동안 빌어먹으면서 간신히 북경에 도착해서 과거에 응시했는데, 단번에 합격해 버렸다. 고향에 돌아오니 그 소식을 들은 친척들이나 아는 사람들이 찾아와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루고 있었고, 값비싼 온갖 선물을 갖고 왔다. 같은 사람인데, 몇 달 사이에 다른 사람들의 대우가 왜 이렇게 달라졌는가? 몸값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 선비는 자기 집 문에 이렇게 써 붙였다. “비록 여러 일가친척들이 있었지만, 누가 눈 속에서 숯을 보내려 했던가요? 무슨 성씨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서 비단 위에 다시 꽃을 얹는구려.(雖有八親九戚, 誰肯雪中送炭? 不拘張三李四, 都來錦上添花.)” 모여 들었던 사람들이 부끄러워 어쩔 줄을 몰랐다.

    진정한 도움이란, 도움을 받는 사람을 위해서 해야 한다. 홍콩 최고의 부자 이가성(李嘉誠)은, “나는 지금까지 비단 위에 꽃을 더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았고, 눈 속에 숯을 보낼 줄만 알았다.”라고 했다. 정말 도움을 받는 사람을 위해서 자선사업을 한 분이라 할 수 있다.

    코로나로 어려운 사람이나 어려운 지역이 많다. 가난한 사람, 소년 가장, 장애인, 독거노인 등등. 이들에게 크거나 작거나 간에 온정의 손길을 보내는 것이 진정한 자선사업이다. 잘 나가는 사람의 행사에 참석해서 성금내고 얼굴 내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 雪 : 눈 설. * 中 : 가운데 중.

    * 送 : 보낼 송. * 炭 : 숯 탄.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명용 기자 my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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