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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독립서점- 주재옥(편집부 기자)

  • 기사입력 : 2020-04-16 00:3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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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시골마을의 ‘굿나잇 책방’. 책과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이곳으로 모인다. 이웃들은 책방지기가 주제를 주면 그에 맞게 이야기꽃을 피운다. 자신이 쓴 글을 낭독하기도 하고, 신문에 실린 흥미로운 기사를 소개하기도 한다. 가끔 책을 파는 플리마켓도 연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JTBC 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에 나오는 독립서점의 한 풍경이다.

    ▼독립서점은 대형서점의 유통방식에서 벗어나 주인의 취향과 가치관이 담긴 책을 판매하는 소규모 책방을 말한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책방이라면 타인에 방해받지 않는 자신만의 공간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던 곳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트렌디하고 힙(hip)한 공간으로 인식된다. 독서모임에 가기 위해, 작가의 강연을 듣기 위해, 책맥(책+맥주)을 하기 위해 찾는다. 인증샷을 찍기 위해 책을 소품으로 여기는 모습도 종종 마주친다. 아이러니하지만 책을 사러 가는 서점의 본질에 충실한 목적이 없어도 찾을 이유들이 더 많아졌다.

    ▼일본 작가 기타다 히로미쓰의 〈앞으로의 책방〉을 보면, 작은 트럭으로 만든 이동 서점, 다른 독립서점의 책장을 빌린 ‘shop & shop’ 서점, 소설에 등장하는 물건을 경매 형식으로 판매하는 서점, 잠자면서 본 꿈을 책으로 만들어주는 숙박 서점 등 다양한 형태의 서점을 소개하고 있다. 책만 읽는 풍경은 지나가고, 책도 있는 풍경으로 점점 바뀌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월 중소형서점 연합회에서 1021곳 오프라인 서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99%가 코로나19로 정상적 수입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 대부분은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했다. 코로나에 대한 불안감과 일상을 잃어버린 공허함을 느끼는 ‘코로나 블루(우울감)’를 앓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마음에도 백신이 절실해진 요즘, 지친 누군가에겐 책 한 권이 위로가 될지도 모른다. 코로나가 책과 사람의 마음을 이어주는 독립서점까지 앗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주재옥(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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