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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승자의 저주에서 벗어나라- 김형준(명지대 교양대학 교수)

  • 기사입력 : 2020-04-16 20: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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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정부 집권 중반 들어서 치러진 ‘중간평가’ 성격의 총선에서 민주당이 전례 없는 압승을 했다. 국민들은 코로나 국난 앞에 ‘견제’보다 ‘안정’을 택했다.

    민주당은 1987년 민주화이후 치러진 전국 단위 선거에서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를 포함해 네 차례 연속 승리한 최초의 정당이 됐다. 180석의 ‘슈퍼 여당‘이 된 민주당은 중앙정부, 지방정부, 국회까지 독차지하면서 개헌 빼고는 다 할 수 있게 됐다. 모든 법안·예산·정책을 정부·여당 마음대로 추진할 수 있고, 단독으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가 가능해 국회선진화법도 무력화 시킬 수 있다. 이번 총선 결과가 주는 함의는 그동안 한국 사회를 지배했던 주류 세력인 보수 산업화 세력이 진보 민주화세력으로 교체되었다. 기존의 ‘보수·진보 양당 체제’가 무너지고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진보 좌파 1.5 정당 체제’가 구축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국회에서 민주당이 차지하는 의석은 1이고, 그 이외 정당들은 모두 합쳐도 .5 밖에 차지하지 못하는 경우다. 일본 자민당이 1955년 창당부터 50년간 장기 집권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 이런 정당체제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2018년 8월 5일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국 순회 연설회에서 “2020년 압도적 총선 승리와 2022년 재집권을 통해 앞으로 20~30년은 집권할 수 있는 정당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힌 적이 있다.

    이것이 과연 가능할까?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에서 벗어나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 용어는 미국의 행동경제학자인 리처드 세일러가 처음 사용한 것으로 “기업의 M&A 경쟁에서 매물로 나온 기업을 인수에 성공했지만 결과적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에 많이 사용된다. 특정 정당이 선거에서는 승리했지만 결과적으로 패배를 가져올 수 있는 상황을 빗대어 사용될 수 있다. 지난 2008년 총선에서 집권당인 한나라당은 공천 파동에도 불구하고 153석을 획득했다. 여기에 ‘친박 연대’ 14석과 ‘친박 무소속 연대’ 13명을 더하면 범여 의석은 180석을 차지하게 됐다. 그런데 총선에서 승리한 집권당인 한나라당은 현재 권력인 이명박 대통령과 미래권력인 박근혜 전 대표와 내전이 시작됐다. 필자가 2010년 10월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 소속 박 전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정권교체라는 응답이 무려 33.6%나 됐다.

    박 전 대표는 전략적으로 국민 지지를 확대하기 위해 시종일관 ’여당속의 야당‘이라는 이미지 마케팅을 구사했다. 현직 대통령과의 이런 차별화 전략이 2012년 대선에서 인기 없는 여당인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출마해 51.6%의 득표로 승리하는데 기여했다.

    한국 정치에선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충돌하는 것은 철칙이다. 조국, 임종석 등과 같은 현재 권력인 대통령 세력(친문)과 현재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며 미니 대선인 종로에서 낙승한 이낙연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하는 미래 권력(친이)간에 대권을 둘러싸고 갈등이 첨예화 될 수 있다. 이런 갈등은 문재인 정부 3년 6개월이 끝나는 시점인 올 연말부터 본격화 될 개연성이 있다. 여기에 민주당과 비례대표 위성 정당을 만들려다가 민주당으로부터 팽 당한 원로 진보 인사들이 중심된 정치개혁연합 세력과 친문·친조국 세력간의 갈등도 심화될 수 있다.

    절대 권력을 가진 진보의 분열이 시작될 수 있다는 뜻이다. 분명, 절대 권력은 절대 분열될 수 있다. 총선 압승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 될 수도 있다.

    분명, 민주당이 이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긴 것이다. 사상 초유의 코로나19가 없었다면 압승은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따라서 여당은 문재인 정부의 지난 3년간 성과에 대해 심판받았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위험하다. 민주당이 승리에 도취해 ‘협치와 포용’보다 극단과 배제의 정치에 몰입해 갈등과 분열을 가져 오면 그것이 바로 승자의 저주가 될 수 있다. 이제부터 통합과 공존의 정치에 앞장서야 미래가 있다.

    김형준(명지대 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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