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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불교사- 우리 곁에 스며든 ‘한국불교 1700년’

  • 기사입력 : 2020-04-17 08: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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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교가 이 땅에 들어온 지 대략 1700년이 흘렀다. 그간 불교는 신앙으로, 왕권의 버팀목으로 혹은 호국의 방패로 우리 역사의 영욕을 함께했다. 그런 만큼 불교를 빼놓고는 한국사를 이야기할 수 없다. 비단 역사만이 아니다. 지금도 쓰이는 ‘이판사판’이니 ‘야단법석’이니 하는 말에서 보듯 불교문화는 알게 모르게 우리 곁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불교를 잘 모른다.

    불교 전문 역사학자인 저자가 시대와 분야를 포괄해 이 같은 물음에 답하는 한국불교의 1700년을 정리한 책을 펴내 눈길을 끈다. 사료분석과 현장경험, 학계의 연구를 취합할 수 있는 학문적 역량으로 책의 완성도를 높였다.

    저자는 1부 ‘삼국시대-불교의 수용’에서 8부 ‘현대 한국 불교-산업사회시대 불교의 지향’까지 시대를 나눠 불교와 왕실, 정치적·사회적 역할을 꼼꼼하게 정리했다. 예컨대 백제 무령왕이 겸익을 인도에 보내 계율학을 배워오도록 했다든가, 신라 법흥왕과 진흥왕이 일시적으로 출가하는 사신(捨身)을 행한 사실 등 어지간한 한국사 마니아라도 접하기 힘든 사실이 실렸다.

    사상과 경제, 문화 다양한 측면에서 불교사를 다룬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화쟁의 원리를 풀어주는 것은 물론 “7세기 전반의 활력 넘치던 신라 불교계를 이끈 자장(慈藏)은…고요한 곳에서 홀로 수행하고 마른 뼈를 관찰하여 인생의 무상함을 깨닫는 고골관(枯骨觀)을 닦는 등 전통사상에서 출발해 계율 중심의 불교로 나아갔다” 등과 같은 대목은 사상사적 접근이 흥미롭다.

    책에선 또 마애불과 반가상 등 불상과 괘불과 탱화 등 불화를 포함한 불교문화에 대한 기술과 함께 한국 불교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사관(史觀)을 제시한다. ‘호국불교설’, ‘기복불교설’, ‘통불교설’에 대한 반론이 그것이다.

    정병삼 지음, 푸른역사, 740쪽, 3만8000원.

    이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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