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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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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모스 : 가능한 세계들- 우주적 관점서 바라본 인간 본질

40년 만에 펴낸 칼 세이건 ‘코스모스’ 후속작
우주·생명 기원, 자연의 숨겨진 법칙 등 담아

  • 기사입력 : 2020-04-17 08: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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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천문학자 칼 세이건(1934~1996)의 명저 ‘코스모스’가 출간된 지 올해로 40주년이 됐다.

    1980년, 이 책은 동시 제작 발표된 다큐멘터리와 함께 전 세계의 독자와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시대와 국경을 넘어 ‘코스모스 붐’을 일으킨 것이다. 과학과 우주를 접목한 이 저서는 국내에서도 연령·직업을 망라하고 큰 관심을 모았다.

    ‘코스모스’ 출판과 다큐멘터리 방영 40주년을 맞아 그 정식 후속작인 앤 드루얀(71)의 저서 ‘코스모스 : 가능한 세계들’이 번역·출간됐다. 앤 드루얀은 칼 세이건과 함께 천문학을 탐구한 동료이자 배우자였다. ‘코스모스’의 첫 원고도 남편과 같이 썼다고 한다.

    이번 책 역시 ‘코스모스’처럼 동명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방영과 동시에 전 세계에 출간됐다. 지난 40년간 과학이 이룩한 경이로운 성과들과 칼 세이건이 미처 소개하지 못한 과학사의 탐험가들, 140억 년 전 태초의 대폭발 순간부터 현재까지 수없이 명멸해온 지구와 다른 세계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우주적 관점에서 본 인간의 본질을 칼 세이건의 웅혼한 메시지로 다시 들려주는 것이다.

    칼 세이건의 첫 ‘코스모스’와 마찬가지로 모두 13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번 책은 동명의 다큐멘터리의 대본을 바탕으로 씌어진 책으로, 시간적, 형식적으로 한계를 가진 다큐멘터리에 다 담지 못한 내용들을 온전하게 담고 있다.

    자신은 “과학자가 아니라 이야기의 수렵 채집인”이라고 겸손하게 자처하는 저자는 자신과 칼 세이건이 가장 소중하게 여겨 온 이야기들을 펼쳐 놓는다. ‘코스모스’ 시리즈의 정신과 전통에 따라 우주와 생명의 기원, 자연의 숨겨진 법칙 등을 이해하고자 끝없는 여행에 뛰어든 과학자들, 그리고 그들이 이룬 과학 덕분에 상상할 수 있고, 되살릴 수 있고, 심지어 수십억 킬로미터의 공간과 수백억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방문할 수 있게 된 세계들을 소개한다.

    하지만 저자의 섬세한 눈길은 휘황찬란한 과학의 성과에만 머물지 않고, 과학사의 잊혀진 영웅들을 찾아간다.

    아폴로 계획이 세워지기 50여 년 전에 달 탐사 상세 계획을 만들어 낸 유리 콘드라튜크, 벌들의 언어 체계를 분석해 인간이 아닌 지적 생명체와의 첫 만남을 가능케 한 카를 폰 프리슈, 80만 명이 굶어 죽어 가는 포위된 도시에서 식물의 씨앗을 미래의 생물 다양성 자원으로 지켜 낸 니콜라이 바빌로프와 그의 동료들 같은 과학의 순교자들, 천하의 아인슈타인도 풀지 못해 고민했던 문제를 처음 발견해 낸 과학자와 학계의 변방에서 그 해법을 찾아낸 젊은 과학도 등의 이야기가 저자의 우아한 필치로 되살아난다.

    칼 세이건의 오리지널 ‘코스모스’가 그랬듯이, 이번 책도 어느 장이든 과학이라는 커튼을 살짝 젖히고 나면 그 뒤에는 종교와 역사는 물론이고 문학과 예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인간 감정에 대한 깊은 이해, 인류사적 의미에 대한 깊고 넓은 탐구, 그리고 ‘인간 조건’에 대한 드높은 통찰이 담겨 있다.

    저자는 ‘코스모스’ 시리즈를 다른 어떤 과학 콘텐츠와도 다르게 만들어 주는 비법을 온전히 보여 주고 있다. 다만, 칼 세이건이 웅혼하고 묵직했다면, 앤 드루얀은 섬세하고 우아하다. 그리고 따뜻하다. 이 따뜻함을 바탕으로 저자는 과학이 가져올 인류 미래에 대한 낭만적 낙관을 탐구한다.

    앤 드루얀 지음, 김명남 옮김. 사이언스북스, 464쪽. 2만2000원.

    이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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