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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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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디지털 성범죄, 엄벌과 2차 피해 방지를

  • 기사입력 : 2020-04-20 20: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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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지방경찰청은 미성년자 등을 대상으로 한 성 착취 동영상을 제작·판매한 21명을 검거했다. 이들 중 제과점 직원으로 일하던 스물한 살의 남성은 미성년자로 추정되는 유튜버에 접근해 ‘나도 또래이고, 당신의 팬이다’며 친해진 뒤 성 착취 영상물을 받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해외에 서버를 두고, 추적이 어려운 텔레그램 내에 n번방·박사방과 같은 공유방을 만들어 아동 성 착취물 5개를 보내온 회원에게만 활동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영상 판매와 함께 결제 방식을 문화상품권 핀 번호를 받아 경찰의 추적을 피하는 등 범죄의 치밀성을 볼 때 조주빈의 박사방과 크게 다를 바 없어 충격적이다.

    이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으로 통칭되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법원의 시각이 변해야 한다. 텔레그램 등에서 공유한 영상물은 종전의 상업적인 음란물과 다른 성 착취물이어서, 영상물의 피해자는 가상의 인물이 아닌 우리의 이웃이다. 이런데도 법원은 성 착취물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지나치게 낮게 형량을 매겨 성범죄를 방조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반면 미국 법원의 경우 소아성애나 가학적 영상물 제작은 말할 것도 없고,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본능적인 충동이 아닌 의도된 성범죄로 인정하고 있다. 또 피해자의 고통과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에 무게를 두고 중형을 선고한다. 따라서 대한민국 법원도 미국과 같이 하지 않으면, 우리 아이와 여성을 보호할 수 없다는 절박함을 가지길 당부한다.

    경찰·검찰·법원 등이 성범죄와 관련 비판을 받아온 것은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대원칙을 무시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성범죄는 피해 사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피해자에게 치욕 이상의 극심한 고통이 따른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피해자의 인권과 신상 보호, 심리 치유에 등한시했다. 강력한 수사와 검거·처벌도 중요하지만, 우선 해당 영상물에 대한 삭제가 피해자 지원에 가장 핵심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번에 경남경찰청이 유관기관과 협력해 피해자 보호를 지원하고,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 만큼 반드시 지켜지길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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