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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세평(世評)- 이상권(정치부 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0-04-20 20: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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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판의 사전적 의미는 ‘세상 사람들의 비평, 또는 비평하여 시비(是非)를 판정하는 것’이다. 즉, 나를 보는 세상의 평가(世評)다. 평판은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지속적이고도 보편적 특성을 갖는다. 수많은 만남과 기억이 응축된 목소리다. 살아온 날의 족적이며 시공을 넘어 미래 인간관계의 실마리를 마련하는 매개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한 단정이지만 빠르게 퍼지는 속성에다 인품의 반향인 탓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인간은 대인관계를 유지하고 집단에 소속하려는 생물학적인 욕구가 강하다. 타인으로부터 인정과 호감을 얻는 것은 곧 자존감으로 직결된다. 평판은 육체가 사멸해도 남은 자들의 기억에 짧고 확실한 정의로 떠난 이를 기억한다. 자신보다는 타인에 대한 평가가 단호한게 일반적이다. 이를 경계하는 의미로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 같이 부드럽게 하고,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해야 한다(待人春風 持己秋霜)’는 말을 새겼다.

    ▼개인에 대한 평가는 신뢰와 호혜성을 바탕으로 다수가 공유한다. 시공을 초월하는 평판의 힘은 상당하다. 온라인 발달은 그 간극을 더 좁혔다. 이런 탓에 한번 추락한 이미지는 원상회복이 쉽지 않다. 과민하진 않더라도 누구나 자신이 남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칠지 의식한다. 타인의 시선을 깡그리 무시하는 독불장군이 아닌 다음에야 주변에 귀 기울이고 소문과 구설에 신경 쓰기 마련이다.

    ▼3단계만 거치면 모두 아는 사람이라고 할 정도로 좁은 세상이다. 최근 선거 등 대중 앞에 서는 이들을 보면 일부 극단적 평판을 제외하면 공통분모의 세평을 형성한다. 이는 곧 인간관계를 억지로 꾸미는 노력보다 현재 주변에 충실하는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복숭아꽃 오얏꽃은 말이 없으나 그 아래 자연히 길이 생긴다(桃李不言 下自成蹊)’고 했다. 뛰어난 능력과 인품을 갖춘 사람은 스스로 드러내려고 애쓰지 않아도 남이 저절로 알아보는 법이다.

    이상권(정치부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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