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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 김일태(시인)

  • 기사입력 : 2020-04-20 20: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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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한 이후엔 사람의 발소리나 말소리는 거리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고,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와 누군가의 사망을 알리는 성당의 종소리만 쉼 없이 울린다.’ 얼마 전 기사에서 본 이탈리아의 상황이다. 유럽에서는 누군가의 장례를 알리기 위해 조종(弔鐘)을 울리는데 최근 코로나로 너무 많은 사람이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온종일 임종을 알리는 종이 울린다고 한다. 종을 울리는 것은 죽은 자를 애도하고 영혼을 축원하는 종교적 절차였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또한 죽을 것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죽음을 향해 가고 있음을 알림으로써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성찰하고 이를 통해 어려운 현실에서 올바른 길을 찾도록 지혜를 깨닫게 하는 표현이기도 한 것이다.

    코로나19는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 종을 울리고 있다. 우선 지구환경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각국에서 이동제한을 하고 학교와 직장을 폐쇄하는 등 어려움을 겪긴 하지만 산업활동이 위축되면서 지구환경은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 출입 통제된 브라질 해변에서 멸종위기 바다거북 97마리가 부화했고, 관광객이 끊기자 베네치아 운하의 물이 투명하게 맑아지더니 급기야 60년 만에 돌고래가 헤엄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국가봉쇄령이 발동된 뒤 인도는 대기 질이 개선되면서 북부 펀자브주 주민들이 160㎞ 이상 떨어진 히말라야산맥을 볼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인간 활동이 줄어들면서 지구가 숨을 쉬기 시작한 것이다. 코로나의 역설로 불리는 이런 현상은 결국 인간의 어리석음과 오만함, 이기심을 경계하라는 종소리가 아닐까. 22일은 지구의 날이라 더 큰 울림으로 전해져오는 것 같다.

    한편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범유행 바이러스 공포에 휩싸이면서 행복이 유예된 감옥에 갇혀 우리 개개인의 삶은 섬이 되어가고 있다. ‘인간은 고립되어 홀로 존재할 수도 살아갈 수도 없도록 운명 지어진 유기적인 생명체이며 이성과 감성을 총체적으로 가진 사회적 동물’이라고 배운 규정이 무색할 정도로 비사회적 삶은 일상화되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전의 삶으로는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접촉하기(Contact)에 부정적인 의미로 Un을 합성한 언택트(Untact)라는 신조어가 나오면서 앞으로는 언택트 문화가 우리 사회를 지배할 것이라고도 한다. ‘온라인 개학’과 ‘온라인 소비’, ‘원격 온라인 진료’, ‘온라인 금융’ 등으로 대변되는 비대면 중심의 온라인 디지털 시대가 그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더욱 강조되는 것이 공유와 공감으로 이뤄지는 공동체 문화이다. 이미 코로나19 전쟁 속에서 모두의 인간애로 전염병의 공포와 경제불황의 두려움을 이겨내면서 우리는 그 가치를 이미 학습한 것이다. 언택트 문화 속에서 더 큰 울림을 내는 공동체 문화는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의 대안이 될 것이다.

    “어떤 인간도 그 자체로 전체인 섬이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대륙의 한 조각이며 큰 것의 일부이다. 흙덩어리 하나가 바닷물에 씻겨나가면 유럽 대륙은 그만큼 작아진다. (중략) 그 누구의 죽음도 나를 줄어들게 하나니, 그것은 내가 인류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구를 애도하고자 종이 울리는지 사람을 보내 묻지 말라, 바로 그대를 위해 울리는 것이기에.”

    17세기 영국 형이상학파의 대표 시인 존 던이 열병을 앓으면서 썼던 17장의 ‘묵상’ 중 일부다. 하나의 개체로 완벽할 수 없는 ‘인간은 섬’이 아니므로, 손 뻗으면 잡아줄 대륙만큼이나 많은 손이 있기에, 그리고 사랑과 희망 평화 피안의 진리를 깨닫게 해 줄 구원의 종이 다른 누구를 위해 울리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자신을 위해 울릴 것이므로. 지금은 공생공존의 공동체 정신으로 우리는 머리를 맞대야 할 때이다. 그것이 혼자서는 해결 못 하는 동물인 호모사피엔스의 운명이다. 뭉치면 기적 같은 일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김일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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