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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보수는 왜 역대급 패배를 당했나- 이종구(정치부 김해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20-04-21 20: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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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대 총선에서 보수진영이 역대급 패배를 당했다. 보수진영은 대표정당인 미래통합당이 지역구 84석에 비례대표(미래한국당) 19석으로 겨우 개헌저지 마지노선인 100석을 넘겼으며, 미래통합당 공천과정에서 컷오프되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한 4명과 국민의당 비례대표 당선인 3명을 포함해 110석에 그쳤다. 반면 진보진영은 대표정당인 더불어민주당만 해도 지역구 163석에 비례대표(더불어시민당) 17석으로 단독으로 180석을 획득해 국회에서 개헌을 빼고는 뭐든지 다 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총선 결과는 언론은 물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제외한 자칭타칭 선거 전문가들 누구도 예측못한 것으로, 미래통합당 관계자는 물론 이들을 지지한 보수 유권자들을 패닉 상태에 빠뜨렸다. 언론과 전문가들은 총선이 끝나자 보수진영 궤멸 원인으로 여러 가지를 제시하고 있지만 필자가 보기에 미래통합당 참패의 가장 큰 원인은 당과 후보들의 감수성과 공감대 부족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 지역구 득표율을 보면 더불어민주당은 49.9%를, 미래통합당은 41.5%를 얻어 8.4%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역구 의석수에서는 민주당이 163석을 얻었고, 통합당은 84석을 얻어 79석 차이가 났다. 득표율 8.4%포인트 차이는 승자독식형 소선거구제 하에서 엄청난 것으로, 승부처인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전체 승부를 결정지을 수밖에 없는 수치다. 이번 총선에서 만약 양 당의 득표율 차이 8.4%포인트 중 절반인 4.2%포인트를 미래통합당이 가져갔다면 결과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여기서 지역구 득표율 차이를 이야기하는 것은 앞에서 언급한 미래통합당 후보들의 감수성과 공감대 부족이 그 절반(4.2%포인트)을 날려버렸다는 생각 때문이다.

    감수성과 공감대 부족을 드러낸 가장 대표적인 사건은 두 가지다.

    우선 공식선거운동에 돌입하기 직전 터진 황교안 전 대표의 ‘n번방’ 관련 발언은 본인은 물론 당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줬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의 청원 글에 동의한 사람만 수백만 명이 되는 ‘n번방’ 사건에 대해 황 전 대표의 황당한 발언은 중도층에 있던 많은 유권자들을 돌아서게 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황 전 대표의 발언은 디지털성범죄를 강력하게 처벌하자는 다수 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진 것으로, 성인지 감수성이 얼마나 부족한 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었다. 그런데도 미래통합당은 당시 황 전 대표가 당의 대표이고 간판이다보니 어떠한 징계도 내리지 못하고 투표일까지 악재를 안고 갔다.

    다음은 차명진 후보의 세월호 관련 발언이다. 차 후보의 세월호 관련 부적절한 발언은 수도권 사전투표에 직격탄이 된 것으로 보인다. 차 후보의 발언은 사실 여부를 떠나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아픈 부분 중의 하나인 세월호 사건의 유가족들을 건드린 것으로, 타인의 아픔과 상처에 대한 공감대 부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통합당은 황 전 대표의 예와 같이 이 악재를 초장에 끊어내지 못하고 ‘탈당 권유’라는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대처해 작은 악재를 큰 악재로 키워 투표일까지 부담이 됐다.

    결국 보수진영은 당과 후보들의 감수성과 공감대 부족이 대형 악재가 돼 득표율 4.2%포인트를 날려버림으로써 역대급 패배를 당하게 된 것으로 보여진다.

    이종구(정치부 김해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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