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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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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유명무실한 발달장애인 전담 경찰관 제도

  • 기사입력 : 2020-04-23 20: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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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달장애인 전담경찰관 제도가 도입된 지 4년이 지났으나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유명무실하다. 지난 2015년 11월부터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발달장애인 지원법)이 시행되면서 경찰서장은 발달장애인 전담 사법경찰관을 배치하고 정기적으로 전문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경찰청은 일선 경찰서에서 과 단위로 발달장애인 전담경찰관을 1명 이상 지정하여 피조사자가 발달장애인일 경우, 전담경찰관이 담당하는 규정까지 만들었다. 그런데 수사현장의 사정은 다르다고 한다. 최근 경남에서 발달장애인의 성추행 혐의에 대한 경찰 조사에서 전담경찰관을 배치하지 않아 장애인인권센터가 ‘발달장애인 피의자 진술 조력체계 구축’을 촉구했을 정도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발달장애인을 조사하면서도 전담경찰관제도 도입 전 ‘장애인 수사 매뉴얼’에 따라 신뢰관계자로 어머니를 동석시켰다는 것이다. 가족이 신뢰관계자로 참석할 경우, 발달장애인이 가족에게 혼이 날까봐 진술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문교육을 받은 전담경찰관이 조사하거나 심문해야 하는 규정을 무시한 셈이다.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이와 유사한 사례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도내에는 1급지 경찰서 각 2명, 2·3급지 각 1명씩 발달장애인 전담경찰관 35명이 배치돼 있다고 하나 이들이 맡은 사건조차 집계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다.

    발달장애인지원법까지 제정하여 전담 경찰관을 두도록 한 이유는 의사 표현 능력이 부족하고 때로는 돌발 행동도 하는 발달장애인이 수사과정에서 진술·방어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면 인권침해이자 차별이라는 데 있다. 경남경찰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발달장애인 전담경찰관 운영을 정착시켜야 한다. 특히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하여 전담 경찰관의 전문성도 높여야 제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전담 경찰관 운영 외에도 조사나 심문과정에서 피조사자가 발달장애인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은 만큼, 장애인지원센터 등과 연계하여 수사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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