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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바이러스가 가져온 어수선한 인간스러움- 이이화(연구공간 파랗게날 대표연구원)

  • 기사입력 : 2020-04-27 20:3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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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로 인류는 이제까지 겪지 못한 삶에 맞닥뜨렸다. 코로나 이후의 삶은 이전의 것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고도 한다. 낯선 삶의 형태가 펼쳐질 거라는 것이다. 지금의 우리는 드물게도 인류사 격변의 현장, 세계사의 거대한 재편성 순간에 함께하고 있으니, 행운이라 해야 할까? 지구촌 이웃과, 깊은 교훈을 새기며, 이 어수선한 시절이 잘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78억 인구의 거대한 행성이 먼지만도 못한 바이러스로 난장판이 되었으니, 기이하다. 생각해보면 어떤 거대한 사건도 작은 시작에서 비롯되지 않던가. 천년 숲을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들어버리는 화마도 작은 불씨에서 비롯되고, 도도하게 흐르는 저 강물도 한 방울씩 더한 빗물이 이룬 것이니, 사실 기이할 것도 없는 하나의 이치다. 근본으로 되돌아가야 함을 느낀다.

    위기의 순간이 던지는 또 하나의 의미는 감추어진 본질을 고스란히 드러낸다는 것이다. 이번 낯선 역병의 세계대유행은 선진국이니 후진국이니 하는 판을 일거에 흩뜨려 놓았다. 누구도 상상 못한 사태다. 선점한 문명을 발전이 더딘 제3세계 수탈에 나선 19세기말 제국주의로 너나없이 살찌운 선진국들은 21세기초 이 자그마한 바이러스 앞에서 어쩔 줄을 모르고 있다. ‘개인의 자유’를 신봉하여 민주주의 조언자를 자처하던 이들은 이 사태에 “동작 그만!”이라는 극약처방 외엔 달리 찾지 못하니, 그 민낯이라 할까. 특히 1885년 메이지시대 이래 이웃나라들을 백안시하며 이른바 탈아입구로 목을 빼 아시아를 벗어나 유럽으로 들어가려던 자칭 ‘아시아의 백색인종’ 일본열도의 지금 행태는 또 얼마나 기이한가. 들끓는 역사를 관망하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소수에 의한 지배’에 맞서 ‘인민에 의한 지배’라는 뜻을 우리 일상에 가져오기까지 얼마나 희생이 숱했던가. 이 피의 대가로 가져온 민주주의도 그 운용은 ‘눈 밝은 인민’에 의해서만 빛을 발한다. 어리석은 다수의 인민은 중우정치, 또는 떼법의 먹잇감으로 좋을 뿐이니, 결코 민주주의라는 항구에 정박했다고 안주할 수만 없는 이유이다.

    민주주의가 잘못 작동된 우리 정치의식의 폐해는 지금까지 그늘이 깊다. 당장 분단시대를 어쩌지 못한 채, 적대해서 안 될 인연을 적대하며 75년을 허송하고 있지 않은가. 아픈 시대이다. 그릇된 의식이 도사리고 있고, 언론이 그것을 의도적으로 짜깁기 바쁘고, 대중은 기다렸다는 듯 이에 휘둘린다. 본질에서 많이 벗어났음을 알 때는 이미 사단이 난 뒤이다. 다행히 코로나 19의 불시방문이 우리 발등에 불덩이로 떨어져 화들짝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이 코로나 사태가 지나더라도 바이러스와의 동거는 끊지 못할 것이다. 그동안 독감으로, 고뿔로, 에이즈로, 천연두 또는 두창, 마마로, 구제역 또는 입발굽병으로, 에볼라 출혈열 또는 에볼라바이러스병으로, 메르스로, 그리고 지금의 코로나19까지 바이러스는 인류와 운명을 함께할 것이다. 다음 계절엔 어떤 얼굴의 바이러스가 창문을 두드릴 것인가?

    더불어 살 지구촌 인류에게 급박함 와중에도 인간다움은 고려되어야 한다. 포연이 지나고 어느 잔해 속에 스러지지 않은 인간 가치가 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그리고 그곳이 선발 선진국이나 모방 서방국이나 전체주의국가 따위가 아니라 해양과 대륙의 틈바구니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도 “인간이 곧 하늘”임을 온몸으로 나아온 한반도라면? 민주주의 치장마저 구기고 전 세계가 이율배반의 수습에 나선 판국에도 시종 인간 이성을 처방으로 한 곳이 있었으니, 그것이 한반도라면?

    그렇다면 우리는 이 참화 속에서도 참으로 다행스러운 공간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 격변의 시기를 헤쳐 나오는 서로에게 고맙다. 안쓰러워하고 위로하고 격려할 만하다. 눈 밝은 마음이어야 그것이 가능하다. 이미 혜택의 이점을 누려왔던 우리 경상도도 그럴 것인가? 이 격변의 흐름을 함께하지 못하고 엇나지 않는지 걱정스럽다.

    이이화(연구공간 파랗게날 대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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