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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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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공성신퇴(攻城身退)- 허만복(경남교육삼락회장)

  • 기사입력 : 2020-04-27 20: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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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 세계를 공포로 몰아 넣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친구나 가까운 지인(知人)들까지도 멀리 하도록 하는 각박한 세상이라 특별히 갈 곳도 없는 휴일에 낭객(浪客)이 되어, 부처님오신 날도 얼마 남지 않아 가까운 산사(山寺)를 찾았다. 조용히 내리는 봄비가 늙은 꼰대의 마음을 철없는 애들의 마음마냥 설레게 했다.

    대웅전 아래쪽에 서있는 삼독(三毒) 즉, 탐·진·치(貪욕심·瞋성냄·癡어리석음) 간판 내용이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며, 속되고 더럽히진 마음을 한 번 더 다잡도록 만들어 주었다.

    인간이란 욕심으로 가득 차 있고 성 내고 어리석음을 탐·진·치에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라고 하였다. 요즘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성폭력, 사기, 절도, 살인 등 매일같이 모질고 독한 사건들이 일어나고, 싸움이 벌어지는 아귀다툼 속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모든 것이 개인이나 집단의 욕심이 세상을 더럽히고 시끄럽게 하는 원인이라고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헛된 욕심과 집착(執着)에 빠져 자기들이 떠날 때를 놓치고, 추할대로 추해진 뒤에야 뒤늦게 반성하고 자리를 떠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나라 일부 재벌들 중에는 2세들에게 대물림을 하고, 총수들은 2선으로 물러나 멘토가 되어 더 좋은 여건을 만들어 주는 세습(世襲)은 우리의 앞날이 밝아 보이며, 세계적인 갑부 빌게이츠도 후진들을 위해서 회장자리에서 물러나 많은 재산으로 자선사업에 전념하고 있는 모습이나,

    지난 총선 때 일찍부터 자기의 분수와 철학으로 국가와 젊은 후배들을 위해 물러나 많은 국민들이 아까워하며, 좀 더 국가를 위해 봉사해 주었으면 청원을 할 정도의 원로들이 귀감(龜鑑)을 보여준 사람들도 많았다.

    그와 반대로 저 원로는, 젊고 유능한 사람들을 위해 통큰 결단을 했으면 하는 정치인들도 있었는데, 아집(我執)과 노탐(老貪)은 버려야 영혼이 편하다는 진리를 모르고, 노탐에 흠뻑 젖어 자기중심적 생각으로 국민의 대의기관을 개인의 직장으로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흔한 말로 공직(公職)이나 권세(權勢)가 있던 자리에 있었던 사람을 두고 ‘아쉬워하고 박수칠 때 나가라’는 말이 한다. 옛말의 공성신퇴(攻城身退)는 글자 그대로 공을 이루었으면 몸이 후퇴한다는 뜻인데, 자기가 목표한대로 꿈을 이루었으면 그 공은 자랑하지 말고 조용히 물러나는 것이 옳은 길이라고 했다.

    그러나 인간은 배려하는 마음보다 이기적인 생각이 많기 때문에, 세상이 시끄럽도록 이전투구(泥田鬪狗)를 한다. 평소에 유권자들을 존경하고 민의(民意)를 경청했으면, 저렇게 한 표를 달라고 애걸복걸하고 눈물의 하소연과 큰절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인데, 선거가 끝난 후 화장실가기 전후에 마음 변하듯이 도루묵이 되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

    선거 결과를 보면 경륜이 많고 세상 물정을 잘 아는 사람이 배려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많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사회의 저명한 원로들이 노탐(老貪)이 많은 것을 보고 실망도 해보지만, 제발 21대 국회에서는 새로운 원로다운 모습을 보여, 새로운 21대 국회 즉, 20대 국회와 다른, 국민으로부터 신뢰받고 성숙한 국회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었으면 하는 기대를 해 본다.

    허만복(경남교육삼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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