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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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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한 여경에게 죄인 아닌 죄인이라니…

  • 기사입력 : 2020-04-28 08:2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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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조직에서 임신하면 죄인 아닌 죄인이다.” 비현실의 세상 속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경찰간부가 임신한 여경에게 한 말이다. 너무 충격적이고, 어처구니가 없어 ‘가짜뉴스’로 생각했지만 진주경찰서에서 최근 발생한 일이다. 지금 국가에서 출산장려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가운데 국가기관인 경찰서의 과장이 부하직원인 여경과 공식적인 면담을 하면서 임신을 문제 삼는 발언을 한 것은 시대착오적인 사고라고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부하 사랑이나 배려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다. 상식적으로는 임신을 하면 축하를 받아야 하지만 이 여경은 죄인 취급을 받았다.

    여경은 임신 후 면담 전 정기검진에서는 정상이었고 신체적 이상이나 다른 스트레스 요인은 없었는데, 면담 이후 스트레스 때문에 수면과 식사에 어려움을 겪다가 정기검진에서 유산한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여경은 또 출산 휴가와 업무 환경 등을 고려해 부서 변경 없이 기존 근무처에 잔류하고 싶다고 요청했으나 직속상관인 과장으로부터 묵살당했다.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현재는 3교대로 근무하는 파출소로 발령이 났다. 발령 전 담당과장은 인사권자인 서장에게 보고도 하지 않았다. 기존 근무처에 남고 싶다는 사정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었다는 게 대다수 경찰관들의 얘기다.

    ‘죄인’ 발언, ‘유산’ 모두 심각하다. 경남지방경찰청은 29일 인격 모독 발언을 한 과장에 대해 징계위원회 회부 여부를 결정하는 감찰처분심의위원회를 가질 예정이다. 위원회는 재발을 막기 위해 진상을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피해 여경의 심정과 유산에 따른 상처도 헤아려야 한다. 경찰이 나서 유산의 의학적 원인도 찾아내야 한다. 작년 한국의 출산율은 0.9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1.65명)을 크게 밑돌며 꼴찌를 기록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지난 10년 동안140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진주경찰서 사태를 보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저출산 문제 전문가들은 저출산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직장과 일상생활에 여전히 뿌리 깊게 박혀있는 남녀차별을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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