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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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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 대담

“아픔 함께 나누는 것이 종교 존재 이유”

  • 기사입력 : 2020-04-28 21:3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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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적 위기 상황이고, 이로 인해 수많은 국민이 감당하고 짊어져야 할 아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것이 종교의 존재 이유다. 이것이 바로 부처님의 자비를 실천하는 길이다.”

    경남신문을 비롯한 전국 지역대표 9개 신문사 모임인 한국지방신문협회는 지난 20일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圓行)스님을 만났다. 스님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 속에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 등의 행사가 한 달 뒤로 연기된 초유의 상황을 자성과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계종을 포함한 한국불교종단협의회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법정공휴일로 지정된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을 4월30일에서 한 달 뒤인 5월30일로 연기했다. 근대 불교 역사상 처음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공동취재단/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공동취재단/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적인 재앙이 되고 있다. 이런 글로벌 위기에서 종교의 역할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불확실성에 의한 불안으로 공포에 떨고 있다. 이러한 두려움, 불안함과 상실감, 외로움 등을 어떻게 극복해 내느냐가 중요하다. 불교에서는 우리가 사는 세계를 ‘인드라망(因陀羅網)’의 세계라 부른다. 세상 모든 존재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그물망과도 같다고 한다. 그렇기에 오늘 지구촌을 위협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오직 인간만의 이익을 위해 뭇 생명을 위협하고, 개인의 탐욕에 물들어 이웃을 멀리하고 공동체를 훼손해 왔던 우리의 삶과 생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이러한 성찰을 바탕으로 모두가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고, 모든 생명들이 함께 공존하며 조화롭게, 그리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일상과 삶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 이런 역할들을 만들어 가는 것이 종교의 사회적 역할이라 생각한다.

    -불교계는 이번 코로나19 사태 때 철저한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원칙을 잘 지켰다. 조계종의 코로나 사태 초기대응과 법회 중단이라는 결정을 내리기까지 힘든 점은 없었는지.

    △조계종은 다른 종교단체 보다도 선제적으로 코로나19 감염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 각종 법회와 기도를 중단하고 각 사찰의 불교대학 교육 등을 연기했다. 또한 국가무형문화재인 연등회와 부처님오신날 봉축법회 연기라는 힘든 결정도 했다. 국가적 위기 상황이고, 이로 인해 수많은 국민들이 감당하고 짊어져야 할 아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것이 종교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부처님의 자비를 실천하는 길이다.

    -국난이 있을 때면 크고 작은 사찰에서 식량 등을 나눠주며 백성들을 구해왔다. 불자를 비롯한 국민을 위해 구상이 있다면.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스님들은 나라를 구하기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고 분연히 떨쳐 일어났기에 한국불교를 호국불교라 칭하기도 한다. 그동안 대한불교조계종은 코로나19 위기를 함께 극복하고자 피해가 극심한 지역과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모금운동을 진행해 물품과 성금을 전달했다. 또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신하는 의료기관 관계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동화사 등에서는 사찰음식 도시락을 전달하기도 했다. 사찰에서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봉사와 지원활동을 이어갈 것이다. 사찰을 방문하는 국민께서 편안한 마음으로 휴식과 위로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따뜻한 마음으로 맞겠다.

    -1년 중 가장 큰 행사인 부처님오신날 행사를 한 달 미뤘는데.

    △코로나 위기가 국민과 세계인의 삶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 직면해 불교계는 좀 더 적극적으로 국민과 함께 아픔을 치유하고 극복하는데 매진하기 위해 부처님오신날 행사일정을 윤4월인 5월로 연기했다. 먼저 4월 30일에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소속 약1만 5000여 사찰에서 ‘코로나19 극복과 치유’를 위한 기도정진을 입재하여 한 달 동안 모든 불교도들이 국난을 극복하고, 국민들의 안전을 기원하는 기도를 진행한다. 국가무형문화재인 연등회는 5월 23일~24일 종로, 우정국로 일대에서 진행하며 코로나19 추이에 따라 행사를 탄력적으로 계획하고 있으며, 국난 극복을 위한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기원 행사들을 진행할 예정이다. 5월 30일은 조계사 대웅전 및 전국사찰에서 봉축 법요식 및 국민의 안전과 국난극복을 위한 기도정진 회향 법회로 진행하며, 대국민 메시지 및 희생자 애도, 환자를 위한 기도, 불자들의 서원을 담은 발원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대사회에서 불교 지도자의 역할과 지향해야 할 리더십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下化衆生)이라 했다.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한다는 뜻이다. 자리이타 성불제중(自利利他 成佛濟衆)과 같은 의미다. 즉, 중생과 함께 한다는 말로 이는 불교 지도자를 비롯해 사회 모든 지도자들이 갖춰야 할 제일 중요한 덕목이지 않을까 싶다. 다음으로는 화합의 리더십이다. 사회는 끊임없는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어떤 측면에서는 지도자들이 도리어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러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나의 주장만 내세우지 말고 다른 다양한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속에서 화합을 도모하는 것이 현대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지도자의 리더십이라 생각한다.

    -2018년 국내 전통사찰 7곳(양산 통도사, 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 보은 법주사, 공주 마곡사, 순천 선암사, 해남 대흥사)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올해는 연등회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데.

    △우리 전통사찰이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는 것은 종합적인 산사로서의 특징을 오랫동안 잘 보존하고 있으며, 승가공동체의 신앙과 수행, 그리고 생활 중심지이자 승원으로서 기능을 잘 보존, 유지해왔음을 세계가 평가해준 결과다. 유네스코로 등재됨으로써 사찰을 보존하기 위해 우리 종단과 중앙정부, 그리고 지방자치단체 간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을 온전하게 보존하기 위한 각종 제도 및 사업들을 계획·추진하고 있다. 2012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연등회는 전통 보존과 발전, 연등 모양과 범위 확장, 공동체 의미 기여 등으로 전 세계인이 함께 하는 축제로 자리 잡으며 인류무형유산으로서 가치가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등회는 올해 등재 종목으로 선정돼 신청서를 제출했고, 12월 자메이카 킹스턴에서 개최되는 문화유산보호를 위한 정부 간 회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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