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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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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어미소와 송아지의 사랑- 김용광(전 함안축협 조합장)

  • 기사입력 : 2020-04-30 20:3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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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광 전 함안축협 조합장

    오래 전 뉴스에서 접한 어미소와 송아지의 사랑이야기가 생각난다. 축사에 불이 났는데 100m쯤 떨어진 주인의 거처까지 달려온 어미소가 위급상황을 알리고는 화상을 입고 숨을 거뒀다는 이야기다. 머리로 마루를 들이받으며 울부짖어서 주인을 깨웠다는 소리를 듣는 순간 몸에 전율이 일며 소름이 돋았다. 우사 밖을 나와 본 적이 없는 소가 어떻게 주인집을 알고 찾아 왔을까.

    오로지 새끼를 살려야겠다는 일념으로 뛰었을 소를 생각하니 그 긴박한 상황이 고스란히 전해져와 마음이 아려온다. 요즘은 안타깝게도 가축을 아무데서나 키울 수 없는 환경으로 바뀌었다. 농촌지역도 도시형마을로 조성하다보니 강아지 키우는 것조차도 이웃의 눈치를 봐야할 실정이다. 옛날에는 늘 소와 함께 했으며 어릴 적에는 외양간이 대문 안에 있어 서로 마주보며 생활했고 그때는 소가 친구이며 가족이나 진배 없었다. 소는 우리가 자라는 모든 과정을, 또 집안의 대소사를 꿰차고 있었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아주 까마득한 한 여름날이었다. 요즘은 소의 사료가 배합사료 위주이지만, 예전에는 소에게 사료를 먹이기 위해 아침부터 어른들이 부산하게 움직인다. 더운 날인데도 불구하고 여느 날과는 다르게 쇠죽이 끓고 있었다,

    아버지는 솥에다 콩깍지와 쌀겨를 아끼지 않고 듬뿍듬뿍 넣으신다. 그리고 아버지는 동생과 나의 친구노릇을 해주던 송아지에게 코뚜레를 매었다. 뭔가 심상치 않는 날이다.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송아지가 보이지 않는다. 어미소도 없었다.

    어머니에게 알아보니 가축시장에 팔려갔다는 것이었다. 새끼를 떼놓고 온 어미소는 반미치광이가 되어 벽에 머리를 박아가며 입가에 거품을 품고서 송아지를 찾으며 울부짖었다. 돌아오는 길에도 얼마나 울부짖으며 왔는지 목이 쉬어 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내 친구인 송아지도 엄마가 그리워 울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서러워 눈물이 났다. 소가 눈물을 흘리는 것은 감정적인 것이 아니라 생리적인 현상으로 긴장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그때는 나의 얕은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었다. 긴장 때문이라니 지금은 전문가인 수의사가 된 후 사실임을 알았다. 떼어놓고 온 자식을 찾으며 밤새워 울부짖고 화마에 휩싸인 새끼를 구하고자 높은 울타리를 뛰어넘어 주인을 찾아와 울부짖는 모성은 무엇일까. 감정의 눈물이 아니라니 전혀 이해가 안 된다.

    사람도 역시 세상에서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 외는 공짜는 하나도 없다는 말이 새삼 생각난다. 어미소 덕분에 살 수 있었던 새끼소는 목숨과 바꾼 어미소의 그 끝없는 사랑을 알기나 할까. 이 세상에 인간을 포함해 살아있는 동물의 어느 종을 불문하고 모든 어미의 사랑은 다 그렇다. 이것이 바로 대가를 바라지 않고 끝없이 공짜로 주는 어미의 변함없는 자식사랑인가보다.

    김용광(전 함안축협 조합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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