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7월 04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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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이탈리아 베니스

낯선 물의 도시엔 낭만 가득한 설렘이…
섬과 섬 사이 물길 가르는 경찰배 보며
베니스의 낯선 매력에 푹

  • 기사입력 : 2020-05-07 08: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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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섬과 섬 사이 물길을 오가는 배들. 베니스에선 배가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섬과 섬 사이 물길을 오가는 배들. 베니스에선 배가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여행자는 낯설음에 중독된 사람이다. 처음 가보는 여행지, 처음 만나는 세상은 묘한 긴장감을 주다가 결국 그 긴장감은 설렘으로 번진다. 이 낯설음, 이 긴장감과 설렘이 좋아서 해마다 또 여행지를 찾고 휴가일정을 잡고 또 짐을 꾸린다.

    한 달간 떠난 유럽여행 중 4번째 나라였던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시작한 이탈리아 일정은 피렌체와 로마를 거쳐 마무리했다. 베니스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물의 도시, 베네치아만 안쪽의 석호 위에 흩어져 있는 118개의 섬들이 약 400개의 다리로 이어져 있는 도시다. 섬과 섬 사이는 물길이 있고 물길을 다니는 배가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24시간 이용 가능한 수상버스 이용권을 끊으면 베니스 이곳저곳을 구경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여유 있게 낭만적인 베니스를 즐기려면 수상 곤돌라로 이동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이용금액은 수상버스에 비해 훨씬 비싸니 여행예산도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 나는 이 작은 도시를 구석구석 느끼고 싶어 도보 이동을 선택했다. 물 위에 수많은 다리로 연결된 도시라 캐리어를 끌고 이동하는 것이 매우 힘들다는 정보를 미리 입수해 숙소는 기차역 바로 인근으로 잡고 짐은 미리 맡겨두고 이동했다.

    베니스와의 첫 만남은 너무도 강렬해 잊을 수 없다. 산타루치아역을 나서 어디선가 들리는 사이렌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경찰차가 아닌 경찰배(?)가 물길을 가르며 달리고 있었다. 이 낯선 풍경을 마주하는 순간 ‘그래, 여기는 베니스. 나는 또 새로운 곳에서 여행을 시작하는구나’하고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베니스 여행의 필수 코스인 산마르코광장. 종탑에선 매시간 종이 울린다.
    베니스 여행의 필수 코스인 산마르코광장. 종탑에선 매시간 종이 울린다.

    물 위에 뜬 크고 작은 섬들 곳곳이 볼거리지만 그중에서도 여행자가 꼭 거쳐 가야 하는 곳은 산마르코광장이다. 산마르코광장의 종탑에서는 매시간마다 종소리가 울리고 카페에서는 악사들의 악기연주 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 경건한 광장의 오래된 카페에 앉아 여유 있게 커피를 한잔 마신다. 카페 플로리안은 카사노바가 사랑한 카페, 1720년에 오픈해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플로리안.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플로리안.

    베니스가 고향인 카사노바는 물론이고 나폴레옹, 괴테, 바이런 등 당대 유명인들이 사랑했던 공간이기도 하다. 카페 야외자리에서 커피를 마실 땐 연주비용이 1인당 6유로씩 더 붙는다. 커피와 함께 산마르코광장의 분위기까지 함께 마시며 악사들의 생생한 연주까지 귀에 담을 수 있으니 여행자에게 이 정도 사치는 허락되지 않을까. 커피를 마시며 무심히 하늘을 올려다보니 하늘엔 갈매기가 날아다닌다. 와, 정말 이상하고도 아름다운 곳이다.

    마을 전체가 마치 영화 세트장 같은 브라노섬. 가수 아이유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유명하다.
    마을 전체가 마치 영화 세트장 같은 브라노섬. 가수 아이유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유명하다.

    베니스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 정도 더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브라노섬. 한국에서는 아이유 노래 ‘하루끝’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익숙해 아이유섬으로 불리기도 한다. 알록달록 색색깔 낮은 건물들이 빼곡히 붙어 늘어선 예쁜 섬이다.

    마을 전체가 마치 만들어진 영화 촬영장 세트 같은 이곳. 레이스 장식품이 유명한 곳이라 곳곳에서는 레이스 제품과 아기옷, 뜨개 식탁보 등을 내놓고 판다. 온갖 색색깔 건물에 레이스 장식품까지 가득하니 유럽여행의 로망이 그대로 실현된다. 갖고 싶은 것부터 선물하고 싶은 것들까지 정신없이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한다면 꼭 들러야 할 곳. 다만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다.

    섬 내부에 주민들이 사는 마을도 집집마다 꽃들로 꾸며져 있다. 이런 아름다운 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은 또 얼마나 행복하고 다채로울까. 발길 닿는 곳마다 카메라를 들이대지 않을 수 없다. 눈에 담고 카메라에 담고 정신이 없을 만큼 황홀한 시간이었다. 점심은 유명하다는 오징어튀김 가게에서 해결했다. 시원한 맥주도 함께 들이켜며 햇살에 보석처럼 반짝이는 바닷물결을 감상했다.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석양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 낯선 땅 곳곳을 치열하게 누빈 여행자의 하루 마무리는 여행지에서 지는 해와 함께 한다. 아, 이때는 반드시 맥주도 함께 해야 한다.

    베니스만의 석양을 보고 싶다면 산타마리아 살루테교회를 추천한다. 교회를 마주 보고 나무로 된 선착장에 앉아 천천히 지는 노을을 바라본다. 세계 각국서 모인 관광객을 실어나르느라 바쁜 낮을 보낸 곤돌라들도 일렬로 줄지어 여유로운 저녁을 맞고 있다. 태양은 아래로, 아래로 천천히 내려앉아 높은 건물부터 순서대로, 바다 물결과 땅까지 물들인다. 긴 여행 중의 어느 하루도 함께 저문다.

    아쿠아알타 서점의 겹겹이 쌓인 책들.
    아쿠아알타 서점의 겹겹이 쌓인 책들.

    베니스 여행 중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은 ‘아쿠아알타’라는 이름의 한 서점. 이 화려한 이탈리아, 그중에서도 유난히 특색있는 베니스를 여행하며 오고 싶었던 곳이 서점이라니? 하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서점이라는 이름 앞에 ‘모든 시간과 역사가 겹겹이 쌓인 공간’이라는 설명을 더 붙인다면 좀 더 쉽게 이해될 것이다. 서점 구석구석에 오랜 책들이 어지러이 쌓여 있다. 어지럽게 겹겹이 쌓인 책들은 마치 베니스의 역사가 차곡차곡 쌓여 있는 듯해 작은 공간 속에 수많은 의미들이 빽빽이 들어찬 느낌이다. 책이 어지럽게 쌓인 곳곳이 포토존이다. 사진 속에 빈티지한 느낌을 가득 담을 수 있어 개인적인 취향을 100% 만족시켜준다.

    베니스에서의 마지막 밤을 즐기기 위해 분위기 좋은 바를 찾아 나섰다. 인기 있는 칵테일바를 검색해 찾다 보니 우연히 대학가 근처까지 오게 됐다. 관광지를 벗어나 로컬 느낌이 물씬 나는 대학가로 오니 또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젊은 대학생들이 교량 위에 서서 옹기종기 상점 계단에 앉아서 칵테일을 마시고 있었다. 그들의 젊음이, 베니스에서 살아가는 그들의 삶이 참 부럽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베니스에서의 마지막 밤을 마무리했다.

    베니스는 내가 주로 여행했던 서유럽과는 다른 분위기의 도시였다. 도시 전체를 가로지르고 연결해주는 수많은 물길과 물 위에 뜬 채 각자의 색과 멋을 내뿜는 공간들, 그리고 그 많은 공간들을 이어주는 교량. 물 위에 뜬 공간들을 이어 걷고 또 걸으니, 마치 게임 속 캐릭터가 돼 각 공간에서의 미션을 완료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산마르코광장을 중심으로 하루 종일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는 마치 도시 전체가 하나의 콘서트홀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어느 날 밤길을 걸으며 들었던 오페라의 유령은 어디서 다시 들어도 마치 베니스에 머무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마술 같은 음악이 됐다.

    여기에 베니스의 축제까지 더해진다면 이색적이고 특별한 느낌은 배가 된다. 1월 말부터 2월 초 사이에 열리는 베니스 카니발 축제는 12세기부터 이어져 온 오래된 축제로 중세시대 복장과 화려한 베니스의 가면을 쓰고 거리를 누비는 축제다. 이 기간에 베니스를 방문한다면 중세시대 귀족이 되는 시간여행까지 가능하다. 이번 여행에는 아쉽게 일정을 맞추지 못했지만 언제가 다시 베니스를 방문한다면 중세 귀족이 되는 축복받은 여행자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나는 낯설음을 사랑하는 여행자다. 여행을 하며 겪은 수많은 낯설음 중에서도 베니스가 선물해준 긴장과 셀렘은 유독 짙었다. 한 달간의 여행 일정으로 긴장과 셀렘에 살짝 무뎌진 나에게 여행자로서의 초심을 찾아준 여행지였다.

    안락한 휴식 같은 여행에 조금은 시들해졌다면 너무도 낯선 이 도시를 추천한다. 이 낯선 땅에서 우연히 요란한 사이렌과 함께 물길을 가르는 경찰배(?)를 만난다면, 너무도 이질적인 광경에 심장이 뛰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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