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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가짜뉴스는 공공의 적이다-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기사입력 : 2020-05-07 20: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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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고전 삼국지의 명장면은 누가 뭐라해도 적벽대전이다. 수백만 대군을 이끌고 손권의 오나라를 침공하기 위해 출사표를 던진 조조는 수군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거짓 항복한 방통의 조언대로 배들을 쇠사슬로 묶었다. 묶인 배들 간의 왕래는 자유로웠으나 손권-유비 연합군의 불화살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결국 전쟁에서 참패하게 된다. 우리에게는 이른바 ‘연환계’로 잘 알려져 있다. 적벽대전에서는 거짓 항복을 거짓 항복으로 역이용하는 책사들의 두뇌싸움도 흥미진진하다. 손권의 책사 주유는 조조의 부하인 채중과 채화 형제가 거짓 항복한 것을 이용하여 자신의 심복인 황개를 매질을 하고 내쫓는다. 내쳐진 황개가 조조에게 투항하자 조조는 그럴 리가 없다며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그러나 손권 진영에서 황개가 매질 당하는 것을 목격한 채중·채화 형제가 사실이라는 점을 조조에게 몰래 전하자 조조는 황개의 거짓 항복을 진심으로 믿게 된다. 주유가 자신의 오른팔과도 같은 황개를 심하게 때려서 거짓 투항케 했다는 점에서 ‘고육책’이라는 말도 여기서 유래하게 되었다. 21세기 초고도 정보화 시대의 한복판에서 우리는 뜬금없이 ‘김정은 위원장 신변이상설’과 같은 정보의 인포데믹 현상을 경험하였다. 인터넷도, 스마트폰도, 한반도 상공을 날고 있는 특수정찰기도 없었던 삼국지 시대에는 그렇다 치자. 요즘이라면 곧 들통 날 가짜뉴스들이 계속 확대·재생산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최근 신변이상설, 사망설에 휩싸였던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20일 넘은 침묵을 깨고 공개 활동을 통해 건재함을 과시하자 무분별한 가짜뉴스의 생산과 확산에 대한 비판론이 실로 크다. 특히 이들은 우리 정부가 충분한 정보자산을 가지고 다각도로 분석한 결과를 전혀 믿으려 하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들이 믿는 특정 정보 소스에만 의존하면서 의혹만을 부추기는 경향을 보였다.

    가짜뉴스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정보가 너무 많아 옥석을 가리기 힘들어지는 소위 정보의 홍수현상 때문이다. 또한 통신기술의 발달로 정보의 이동수단이 온라인으로 집중됨으로써 가짜뉴스의 피해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카더라’ 하는 루머에 상처를 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연예인에서부터 국가 경제와 국민 생활 안정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외교안보 분야에 이르기까지 유무형의 피해는 실로 무차별적이다. 적벽대전의 패배에서 보듯 정보 하나하나가 전쟁의 승패와 국가의 흥망까지도 좌우하는데 지금은 오죽하겠는가? 문제는 가짜뉴스 생산과 확산의 보이지 않는 커넥션에 대한 페널티 부과가 어렵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들 세력은 특정 자본을 매개로 하고 있어 자신들은 전혀 손해를 보지 않는다. 가짜뉴스로 판명되어도 소리소문 없이 잠적했다가 얼마 지나서 또 다른 의혹들을 제기할 것이다. 정치적으로 이를 활용할 의도가 있는 한 이러한 가짜뉴스는 계속 생산될 것이다. 가짜뉴스 생산과 확산에 대한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이 되지 않는 한 가짜뉴스는 온라인이라는 익명성과 파급력을 타고 시간이 지날수록 국민생활뿐 아니라 시민사회의 건전성을 좀먹게 될 것이다.

    이번에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신변이상설이 불거짐으로써 그가 건강하다는 것을 우리 정부가 해명해야 하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정부가 특이동향이 없다고 해도 믿지 않으니 공개해서는 안될 전략자산도 은연중에 드러나게 되었다. 전략자산이 없었던 조조도 스파이를 심어 상대편의 의도를 이중·삼중으로 파악하는데 노력했다. 전 세계 유일 폐쇄국가인 북한과 관련된 정보를 다루는데 있어서는 신중해야 한다. 통일 전 동독주민들은 서독 TV를 보면서 서방세계의 자유분방함을 동경했다고 한다. 자극적인 가짜뉴스가 아니라 북한이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에너지를 전달하는 가치 있는 ‘진짜뉴스’는 없는 것일까? 가짜뉴스가 공공의 적이라고 인식할 때 진짜뉴스가 나온다.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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