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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코로나19의 역설- 오인태(경상남도교육청 산촌유학교육원장)

  • 기사입력 : 2020-05-10 20: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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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인태 경상남도교육청 산촌유학교육원장

    코로나19 대유행은 인류의 발을 묶었다. 인간의 행동 범위가 좁혀지는 만큼 다른 생명이 숨 쉬는 공간이 넓어지는 이 불편한 진실이라니. 인간과 여느 생명의 관계를 ‘윈윈’이 아닌 ‘제로섬게임’으로 만든 것은 우리 인간이다. 근대성, 또는 휴머니즘이란 실은 모든 생명을 대상화하고 오직 인간의 욕심만 채우려는, 철저히 인간 중심의 이기주의나 다름없다.

    인간이 죽어야 뭇 생명이 살 수 있다는 가정은 자못 살벌하지만, 인간 스스로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끝내 멸망하는 쪽은 인간이라는 것을 코로나19는 역설로 보여준다.

    물의 도시라는 수사가 무색하게 관광객들이 버린 쓰레기와 생활오수로 넘쳐나던 베네치아 수로는 물고기와 돌고래가 다시 헤엄쳐 다니고, 미국 샌프란시스코 금문교에는 코요테가 나타났으며, 영국에서는 산양 무리가, 칠레 산티아고에서는 퓨마가 도심을 활보하고 다닌단다. 교전 중인 나라들은 휴전에 들어가고, 강도와 살인 따위의 범죄율이 낮아졌다는 보고까지 나오고 있다.

    나라의 관문을 틀어막은 국가들은 미세먼지 농도가 평균 9%가량 낮아졌고, 중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의 공장들이 가동을 멈추거나 줄이면서 대기오염은 눈에 띄게 개선되었다고 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당장 우리도 마스크만 벗으면 숨쉬기가 한결 편해졌고, 맑은 하늘을 보는 날이 신기할 정도로 많아졌다. 지지난해 1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19회이던 미세먼지 주의보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는 3번만 울렸다니, 코로나19는 역기능뿐만 아니라 순기능도 톡톡히 하는 셈이다.

    더 빨리, 더 높이, 더 멀리, 더 크게, 더 많이……, 코로나19는 자정 능력을 상실한 인간에게 보내는 경종, 아니 이미 경고를 넘어 인간의 삶을 좀 더 느리게, 좀 더 낮게, 좀 더 가까이, 좀 더 작게, 좀 더 적게 가질 것을 강제하고 있다.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한낱 미물을 통해서 말이다.

    “인류는 전쟁이 아닌 바이러스로 멸망할 것”이라는 빌 게이츠의 예언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형편에서 다른 선택지가 없음을 ‘코로나19의 역설’이 여실히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오인태(경상남도교육청 산촌유학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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