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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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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난지원금 기부운동 조용히 하면 안 되나

  • 기사입력 : 2020-05-12 20: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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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민 재난지원금 신청이 시작되면서 도청과 도의회, 도교육청을 중심으로 기부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김경수 지사는 어제 100만원 전액을 기부했고 김지수 도의회의장을 비롯한 30여 명의 도의원들도 가세했다. 같은 날 도교육청에선 박종훈 교육감을 포함한 간부공무원 114명이 참여하는 기부결의실천다짐식도 가졌다. 도를 대표하는 3개 기관이 사회운동 확산에 나선 모양새다. 특히 경남도는 직원들의 적극 참여를 유인하기 위해 본청, 신관, 서부청사 등 3곳에 ‘긴급재난지원금 기부동참 스티커 간판’까지 세웠다. 기꺼이 동참하는 직원도 있겠지만, 윗선의 눈치를 무시할 수 없는 공직사회 속성상 상당한 압박감이 될 것 같다.

    재난지원금 기부운동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60만원의 지원금을 신청하지 않기로 하면서 예견됐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맘 편하게 신청할 수 있겠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논쟁 끝에 정치권이 전국민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주기로 결정한 것은 코로나19사태로 전 사회적인 경제행위가 멈추다시피 한데 따른 극약처방이었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에겐 소득보전을, 극심한 매출감소를 겪고 있는 소상공인에겐 마중물이 그 취지였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재난지원금 기부운동이 돈이 궁하지 않은 고소득층을 겨냥하고 있다는 선의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관제 기부’ 운동이 가져올 부작용 우려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재난지원금은 당초 정부가 소득하위 70% 기준 지급으로 설계했다. 나라곳간을 걱정한 때문이다. 하지만 4·15 총선 과정에서 ‘전국민 지급’으로 변질되면서 ‘기부 호들갑’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어느 교수의 촌평처럼 “제도를 전 국민 대상으로 하다보니까 웃지 못할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환난상휼 정신에 따라 조금 형편이 나은 계층이 자발적으로 내놓는 것에 대해 우리는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부를 하지 못할 처지에 있는 계층을 배려해야 한다. 요란한 기부운동은 피해 달라는 말이다. ‘줬다가 뺐으면 엉덩이에 뿔 난다’는 비아냥은 듣지 않아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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