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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아, 창원광장!- 이강주(창원대 교수 2020대한민국건축 문화제 운영위원장)

  • 기사입력 : 2020-05-13 20: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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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강주 창원대 교수 2020대한민국건축 문화제 운영위원장

    계절의 여왕 5월이 한창이다. 새삼 일상에 감사한 발걸음으로 창원광장을 찾는다. 광장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횡단보도를 건너고 보기와는 달리 울퉁불퉁한 잔디밭을 걷겠다는 일종의 의지가 필요하다. 안에서 시청을 마주하고 선 지점은 의창구 용호동이다. 호흡을 한 번 가다듬고 시계 방향으로 천천히 걸으니 곧 신월동이고 4시 방향부터 시작되는 성산구 상남동을 지나 10시 방향으로 오니 중앙동에서 마무리된다. 맞다, 무언가 상징적인 의미를 품은 듯 광장의 주소는 이렇게 창원의 두 개 구, 네 개 동으로 연합되어 있다.

    가히 국내 최대라는 창원광장은 그 원형 지름이 200m가 넘고 면적은 만 평을 상회한다. 도시의 핵심지역에 이렇게 큰 광장이 있는 것도 신기한데 그곳에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것은 오히려 신비롭다. 토지정보는 창원광장을 근린광장이라고 한다. 본래 근린광장은 주민의 사교, 오락, 휴식 및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설치하는 것인데, 넓은 도로에 둘러싸여 섬처럼 고립되어 있는 창원광장이 그럴 수 없다는 것을 토지정보는 모르는 모양이다. 그동안 창원광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몇 차례 있어왔다. 그러나 지하주차장의 건설, 지하차도의 개설 등과 같은 옛날 방식, 즉 차량위주의 빈곤한 상상력이 대부분이었다. 정작 시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고 집회, 행사, 사교 등 도시에서 풍요로운 만남을 촉진하는 중심대광장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논의는 아쉽게도 없었다. 다시 말하지만, 이는 상상력의 부족이다.

    최근 다시 창원광장이 화제로 떠올랐다. 바로 간선급행버스체계(BRT) 사업과 관련해서다. 노선에 의하면 버스전용차로가 창원광장을 지나가야 하니 어찌 아니 그러겠는가. 얼마 전 이에 대해 창원시는 두 개의 안을 내놓았다. 첫 번째는 기존의 통행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광장 남쪽에 왕복 전용차로를 설치하고 창원광장을 시청 쪽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기존 통행 체계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첫 번째는 안이라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심각한 문제는 광장 주위를 BRT 전용차로로 둘러싸서 사람들이 광장으로 접근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근린광장이라는 용도를 폐지하고 교통광장으로 변경해야 할 판이다. 두 번째 안은 고민의 흔적과 진취성이 보인다. 도로의 일부를 광장으로 바꾸겠다는 발상이 참신한데, 그리하여 창원광장을 명실공히 시청 앞 광장으로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이 안은 BRT 버스가 광장 주변을 통과만 할 뿐 광장과 직접 연결되는 정류장을 설치하지 못하는 안이다. 창원시의 야심찬 미래 교통수단이 중심지역을 그냥 지나쳐버리는 반쪽짜리 해결안인 것이다.

    따라서 핵심은 창원광장을 시청 앞 광장으로 만들고 BRT 노선을 확보하면서 그 정류장들을 창원광장과 잘 연결하는 것이다. 평면적인 사고로는 이 셋을 모두 해결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까. 그러나 약간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입체적인 사고를 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즉, 노선을 창원광장 지하로 관통시키면서 그 중앙부 지하에 양방향 통합 정류장을 조성하는 것이다. 통합 정류장 주변에는 지상으로 통하는 에스컬레이터와 화장실 등이 구비된 지하광장을 조성하고 그 상부는 햇빛과 하늘의 경치를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 자체로 기념비가 되는 투명한 유선형의 구조물을 계획하면 어떨까. 그리고 이참에 지상의 창원광장 바닥을 단장하여 말쑥한 시청 앞 광장으로 시민들의 품에 안겨드리면 앞서 얘기했던 상징의 의미도 완성될 것 같다.

    입체적인 해결안은 비용과 시간, 그리고 노력을 훨씬 더 필요로 하겠지만 그만큼 우리는 물론 미래세대에 빛나는 유산이 될 것이다. 창원광장은 반 백 년 가까이 교통광장의 모습으로 우리와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창원광장의 이런 모습은 무능의 표상이 되었다. 그가 누가 되었든 말이다. 아닌가?

    이강주(창원대 교수 2020대한민국건축 문화제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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